딥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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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딥 페이크
이용환 논설위원
  • 입력 : 2023. 02.21(화) 17:05
이용환 논설위원
“병풍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눈 덮인 설원을 뛰어가는 노루 가족의 모습이 하나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것 같다.” 지난 2020년 제주도가 개최한 제12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설원에 노루 나들이’라는 작품에 대한 심사평이다. 실제 사진은 눈 내리는 제주의 설원을 배경으로 4마리의 노루가 뛰어가는 모습이 평화롭게 담겨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작가의 성실함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사진은 심의 결과 합성으로 밝혀졌고 수상이 취소됐다. 기술이 만들어낸 디지털 범죄, 이른바 딥 페이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딥 페이크는 AI를 기반으로 특정한 사진을 실제처럼 조작한 영상을 통칭한다.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부위를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처럼 합성하거나 기존에 없던 사진을 진짜처럼 만드는 가짜 영상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자본과 인력을 갖춘 빅테크 기업이 단순한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한층 정교한 영상도 제작이 가능해 졌다. 소스코드도 공개됐다. 그야말로 가짜와 진짜가 뒤범벅된 세상, 어느 것도 믿어선 안되는 세상이다.

딥 페이크는 비용 절감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 마케팅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대로 개인의 동의 없이 사용되는 딥 페이크는 유명인의 브랜드나 평판이 조작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부정적이거나 비도덕적 영상이 무차별 퍼져나갈 경우 법적·윤리적 문제도 발생한다. 누군가 특정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거나 리벤지 포르노처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도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중대한 성폭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여성 아이돌 그룹의 얼굴 사진과 음란물을 합성한 가짜 영상이 급속히 번지면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광고계에 일론 머스크와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 등 유명인을 디지털로 합성한 딥 페이크 영상 광고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딥 페이크는 진실과 허구, 객관과 주관, 실체와 가상(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다. 기존의 아날로그 세상을 넘어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악용될 경우 범죄를 넘어 개인의 존엄과 인간성을 위협하는 흉기일 뿐이다.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는 것을 넘어 가짜가 진짜를 비난하는 세상, 딥 페이크가 만들어 갈 미래가 두렵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