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품종 전환땐 농업 현장 혼란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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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품종 전환땐 농업 현장 혼란 불보듯”
신동진 공공비축미서 제외
신동진, 퇴출 기준 570㎏ 안넘어
‘다수확 품종’으로 분류 한계
‘강대찬’ 품종간 맛·품질 달라
길들여진 입맛 탓 외면 우려도
  • 입력 : 2023. 02.22(수) 17:21
  • 조진용 기자 jinyoung.cho@jnilbo.com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민들이 지난 2021년 11월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농민 생존권 사수 총궐기 대회를 열어 쌀 수확기 대책마련과 농업예산 증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농민들이 벼를 농림축산식품부 앞 도로에 뿌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며 다수확 품종쌀 퇴출을 결정하면서 농업 현장에는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매와 종자보급 중단으로 사실상 ‘퇴출’ 대상인 신동진 벼는 전남도내 쌀 생산면적의 20%가까이 차지한데다 대체품종인 ‘강대찬’ 품종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신동진 벼가 다수확 쌀로 취급되고 있지만 실제 전남도내 생산량은 정부가 정한 퇴출기준인 560㎏(300평 기준)를 넘지 않아 ‘탁상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22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22개 시·군 등에서 매입하는 공공비축미 품종을 2024년부터 ‘강대찬’으로 전환키로 했다. 하지만 기존 신동진과 강대찬 품종간의 맛과 품질 등이 달라 기존 입맛에 길들여진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신동진벼 공공비축미 매입 제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서호 전남도농업기술원 식량작물연구소 연구사는 “정부의 정책은 쌀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여진다”면서 “신동진 대체 품종으로 강대찬 품종이 내년부터 자동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현재 신동진 재배면적은 정부 정책이 아니어도 자연 순감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신동진벼 재배면적은 2020년 4만802㏊(25.1%), 2021년 3만9836㏊(25.6%), 2022년 3만632㏊(19.8%)로 집계됐다.

신 연구사는 이어 “신동진이 통계상 다수확 품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작년 기준 전남도내 신동진 쌀 생산량은 300평 기준 487㎏에 그쳤다. 새청무 (545㎏)보다 적은 수치로 친환경 재배와 기후 등의 영향으로 신동진이 다수확 품종으로 분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남지역은 현재 새청무 품종이 재배면적의 50% 넘게 재배되고 있다. 갑작스런 품종전환은 생산량 감소, 재배방식 변화 등 농가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며 “또한 강대찬 품종이 과연 쌀 소비시장에서 신동진 품질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일선 농업 현장에서도 신동진 공공비축미 매입 제한을 놓고 우려를 표했다.

박광은 전남쌀전업농협회장은 “신동진 대체 품종으로 전북의 경우 참동진, 전남의 경우 강대찬 품종이 내년부터 전환될 예정이다. 강대찬의 주요 특징은 병충해에 강하고 쓰러짐(도복)에 강하다”며 “농약·비룟값이 비싸지면서 농가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강대찬 재배에 몰릴 경우, 신동진과 마찬가지로 도태될까 걱정스럽다. 생산자·소비자 경제시장을 면밀히 살펴 정책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농협의 한 관계자는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쌀 품종 가운데 신동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밥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턱대고 품종전환을 나설 경우 쌀 소비시장에 혼란을 야기 할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소비감소, 가격하락 속에서 쌀 생산량을 줄이자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찬성하는 분위기도 있다.

조경웅 전남농협본부 양곡자재단 과장은 “쌀 수급정책 방안 일환으로 정부가 신동진벼 매입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보여진다”며 “새품종개발과 속도조절을 비롯해 쌀 소비시장을 명확히 분석 등이 이뤄진다면 이번 정책을 통해 과잉생산되는 쌀의 적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용 기자 jinyou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