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당신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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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사이버펑크>당신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습니까?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화제'
보고서, 번역, 코딩 등 활용 커
행안부 업무 활용방안 고심 중
신뢰도 한계 등 악용 가능성도
근 미래 인간 일자리 대체될까?
  • 입력 : 2023. 03.02(목) 16:0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글=끄적끄적 토성인. 편집=어구 편집에디터.
“ChatGPT로 짧은 소설 하나 써봐.”

그날도 지면 기사를 막느라 대충 ‘네네’ 하고 말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사이버펑크 마감이다. ‘소설 쓰려고 언론사 들어온 건 아닌데요….’ 괜한 반항심 섞인 맘도 잠시, 정말 어쩌지. ChatGPT(챗GPT)가 뭔지도 모르는데. 부랴부랴 인터넷에 검색도 하고 유튜브도 찾아보니 대충 애플의 시리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다. 대신 시리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자연어 구사부터 업무나 과제에 사용 가능한 논문, 보고서까지 응답한다는 것.

알겠는데, 도저히 기승전결 스토리는 떠오르지 않는다. 몇 시간째 골똘히 생각하다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 나도 그냥 챗GPT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혹시 몰라’하는 맘으로 챗GPT 사이트에 들어가 대화창에 ‘한국형 막장 드라마 만들어줘’라고 검색했다.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제목: 마지막 단계

개요:

김지용은 프로 댄서를 꿈꾸는 청년이다. 그는 평생을 훈련했고 마침내 서울의 명문 댄스 학원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몇 개월밖에 살 수 없는 희귀한 형태의 암 진단을 받으면서 비극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 지용은 몸이 지쳐가는 와중에도 춤에 대한 열정에 몸을 던진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용기와 결단력에 감동한 댄스 강사 이수진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배역:

김지용 : 이준기

이수진 : 박신혜….

내 명령어를 수행한 챗GPT의 결과물이다. 단 몇 초 만에 ‘뚝딱’ 글이 나오는데 굉장했다. 점점 더 흥미가 생겨 채팅창에 이것저것 검색하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났다. 미국의 인공지능 회사 Open AI가 제작해 지난 2020년 6월 공개한 챗GPT. ‘챗’은 채팅의 줄임말이고 ‘GPT’는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의 앞글자다. 챗GPT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 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챗GPT를 통해 대통령 신년사를 써봤더니 정말 휼륭했다”며 인공지능 검색 기술을 공직사회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촉구했다고. 행정안전부도 최근 ‘챗GPT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활용방안을 논의했으며 상반기 내 시범 활용을 끝내고 업무 활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활용방안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우려 섞인 반응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워낙 그럴싸하게 포장해 내놓다 보니 신뢰도에 대한 한계가 있다. 표절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국민대학교가 지난달 28일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대학교육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하기 위해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활용 윤리강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기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에 책임감 갖기 △인공지능의 사용 여부는 교수와 학생이 상호 합의하기 △인공지능의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히기 등을 골자로 한다.

게다가 온라인 상담이나 고객 지원 서비스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 인간의 일자리는 금세 대체될 수 있다. 나의 직업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챗GPT 대화창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 기사’에 대한 명령어를 검색했더니 챗GPT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전 총장은 검찰 내부에서의 불법성 수사와 권력 남용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서술된 스트레이트 기사를 내놨다.

실제로 내가 전날에 보도한 ‘광주전남 문화예술기관장에 여성 리더 잇따라 선임’ 기사를 비교해보자. 실제 기사의 리드는 ‘최근 광주전남 문화예술기관에 여성 수장들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리더십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이다. 챗GPT가 작성한 기사의 리드는 ‘최근 몇 년 동안 광주와 전남의 문화예술기관의 리더십에 현저한 변화가 있었다. 기관 대다수는 여성이 이끌고 있으며 이는 지역 문화 부문에서 양성평등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다’이다.

나는 이윽고 마지막 명령어를 질문했다. “당신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습니까?”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