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사이버펑크>인간의 무사유 이끄는 유튜브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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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전남일보] 사이버펑크>인간의 무사유 이끄는 유튜브 알고리즘
세계 최대 규모 비디오 플랫폼
취향 고려한 최적의 ‘추천영상’
핸드폰 앱 속 펼쳐진 가상세계
복잡한 알고리즘 체계 ‘불투명’
추천 경로 알 수 없는 블랙박스
반추 없는 무차별적 영상시청
가치판단 없는 악의 평범성 등
  • 입력 : 2023. 07.06(목) 16:0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글=끄적끄적 토성인, 편집=어구 편집에디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오늘도 여기까지 왔다. 망할 킹고리즘….”

이것만 보고 자야지 하던 게 시각은 어느새 새벽 1시 지나 2시. 그도 그럴 것이 봐도 봐도 끝이 없다. 지식의 홍수라는 말이 딱 맞다. 한 손안에 핸드폰이 익숙해진 시대, 누구나 한 번쯤은 유튜브에서 허우적거리다 밤을 보내 적이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회사에, 학교에 가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만큼 유튜브는 21세기 대중을 강력히 끌어당기는 마력의 콘텐츠 중 하나다. 2023년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의 강력한 무기는 최적의 영상을 추천해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을 보다 길게 유도하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서화된 절차를 말한다. 유튜브의 유일한 이슈는 ‘머무름’이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끊임없이 개인 맞춤형 영상을 제공한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핸드폰 또는 컴퓨터 안에서 펼쳐진 작은 가상세계에서 이미 실재해 살아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입력 정보를 받아들이면 절차에 따라 결과물을 도출한다. 인간이 하는 것보다 분쟁이나 논란 없이 빠르게 대량의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시청 지속 시간’, ‘특정 단어 포함’ 등 여러 평가 요소들이 작용된다. 하지만 유튜브 측은 정확히 어떤 원리나 기준으로 이용자에게 영상 콘텐츠를 추천하는지 정확히 밝힌 적은 없다. 즉 우리는 어떤 유튜브 알고리즘이 생성된 것인지, 그 알고리즘이 생성되기까지 우리는 어떻게 의사소통에 참여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이를 ‘블랙박스’라 한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을 증가시킨다. 대중은 시대의 발전에 따라 점점 복잡해지는 기계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사실상 수십억개의 사례를 통해 무차별적인 대입 계산을 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 반추하는 것도, 반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튜브 앱을 사용하는 게 그렇게 심각할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 없이 수행하는 일’은 꽤 공포스럽다. 독일 출신의 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설명했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음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특히 책은 나치 정권에서 유대인 학살의 실무 총책임자 위치에 있었던 독일친위대 장교 아이히만을 두고 작성된 보고서다. 나치 정권이 몰락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전범 재판에서 그는 “상급자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히만의 발언은 어쩌면 “유튜브가 추천하는 영상을 본 것뿐인데요?”라는 대중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하게 규칙을 따르다 보면 그 익숙한 평범함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치판단을 구분할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인간의 무사유는 결국 공포스러운 무능을 낳는다.

아이히만이 저지른 악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튜브 시청을 통해 노출되는 부정적 영향은 대표적으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 있다. 이는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행태를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맞춤한 특정 데이터만을 제공하게 되면서, 그 사용자가 이외의 다른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특정 정보만을 소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필터 버블은 더 나아가 확증편향을 불러온다.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것을 넘어 가짜뉴스까지 믿게 된다. 안타깝게도 유튜브에 모여있는 콘텐츠 제작자나 소비자들의 집합체에는 과대하게 선정적인 콘텐츠를 지양하는 자정작용은 없다.

과연 유튜브가 추천하는 영상이 과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었을까? 오늘의 유튜브 시청은 이 물음과 함께 해보자.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