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지심(羞惡之心)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수오지심(羞惡之心)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3.05(일) 14:26
박간재 부장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가다 우물 속으로 빠지려 할 때 누구든 화들짝 놀라 아이를 구해 주려고 달려간다. 그 아이와 상관이 없고 부모도 아니며 뭔가를 바라는 마음도 없다. 이게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타인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맹자는 이를 측은지심이라 했다.

맹자는 사단(四端)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으로 봤다. 사단이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4개의 마음씨를 말한다.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측은지심·惻隱之心),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할 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시비지심·是非之心)’

맹자는 사단지심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길을 제시했다.

그가 말한 유교적 민본주의도 귀기울여볼 만하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다. 신임을 얻어야 천자가 되고 천자의 신임을 얻어야 제후가 되며 제후의 신임을 얻어야 대부가 된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은 “하늘은 백성이 보는대로 보고 백성이 듣는대로 듣는다”로 요약된다. 2500년 전 이렇게 귀에 쏙쏙 박히는 말을 해주는 위인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사성어인 관포지교(管鮑之交·우정이 돈독한 친구사이)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관중의 저서 ‘관자(管子)-목민편’에도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네 가지 벼리, 즉 사유(四維)를 제시한다. “예(禮), 의(義), 염(廉), 치(恥) 중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없으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근간이 뒤집어지고(전복·顚覆), 넷이 없으면 망해 다시 일으킬 수 없다(멸절·滅絶)’고 경고했다.

다산 정약용도 그가 올린 상소문에서 “예의염치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부끄러워함이다”고 지적했다. 모름지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인간다운 인간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바로 강한 나라가 된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가치 체계로 무장한 이들을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고 표현한다. ‘낯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거나 국가의 일원이라면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없다.

최근 고위관직에 오른 자녀의 학폭문제가 연일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녀와 함께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면 파장이 크지 않았을 텐데. 법의 허점을 파고들며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한 법기술자의 얄팍한 술책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부는 잘했을지 모르겠으나 수신제가(修身齊家)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삶을 게을리 했거나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모름지기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