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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꽃놀이
박상지 정치부 차장
  • 입력 : 2023. 03.06(월) 18:07
박상지 차장
봄은 피부에서 시작된다. 소매의 깃을 치는 바람이 더 이상 아프지만은 않을 때, 봄을 느낀다. 파릇한 풀내음이 코끝을 스치면 왠지 모를 경외감으로 마음이 일렁인다. 맵찬 겨울을 다 견뎌내고 싹을 틔워올린 생명력의 위대함 때문이다.

무채색 겨울의 흔적이 총천연색으로 뒤덮일 무렵은 비로소 봄을 만끽해야 할 때다. 겨울의 찬 기운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망울을 터트리는 꽃은 하늘에서, 땅에서 그리고 마음에서 세 번 핀다는 동백이다. 동백이 피고나면 산수유, 매화, 목련이 차례로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봄꽃의 대명사인 개나리와 진달래가 연달아 얼굴을 드러내고 나면 벚꽃과 유채꽃, 튤립이 교향곡의 절정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봄의 몽환 속으로 봄맞이 나선 길손들을 이끈다.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화려한 원색으로 마치 꿈에서 깨우듯 상춘객을 현실세계로 안내하며 봄꽃의 대미를 마무리한다.

봄꽃 피는 차례를 읊게된 것은 봄꽃의 출현이 유독 반갑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순서를 ‘봄-여름-가을-겨울’로 외워왔던 탓일까. 봄꽃을 목격한 뒤에서야 새로운 해가 시작됐음을 인식하곤 한다.

올핸 초록들에 유독 눈길이 간다. 길고도 추웠던, 그래서 유독 힘들었던 겨울을 변함없이 버텨낸 까닭이다. 지난했던 팬데믹은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엄연한 절기의 질서는 무너뜨리지 못했다. 예측불허의 환경에도 어김없이 꽃잎을 터트리는 자체가 무한감동이다.

전남 대표 꽃축제인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가 4년만에 열린다. 광양 매화축제는 10일부터 19일까지, 구례 산수유 축제는 11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다. 꽃망울은 산수유가 먼저 터트렸지만 매화가 하루 빨리 봄을 기다렸던 나들이객들을 맞이한다.

절기가 변해 또 봄이 온다한들 휠대로 휜 서민들의 등골이 펴질리 없겠지만, 청아한 하늘아래 만개한 매화꽃, 산수유꽃을 보며 시름을 달래보는 것도 작은 활력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