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니면 힘들다’… 유통가, 고물가에 특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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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니면 힘들다’… 유통가, 고물가에 특가 경쟁
물가 상승에 소비자 할인율에 민감
대형마트, 사전 물량 확보 등 경쟁
동네마트도 매달 행사 품목에 고심
할인 경쟁 불구, 국민 소비는 5% ↓
  • 입력 : 2023. 03.13(월) 17:13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13일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슈퍼마켓에 제철 식재료와 할인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할인율이 높아야 손님들이 눈길이라도 한번 주니까요…”

최근 고물가로 팍팍한 가계 살림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한 유통가의 ‘반값’ 마케팅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마트나 이커머스 등이 대량 및 사전 계약 등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저렴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동네 마트’로 불리는 소형 슈퍼마켓들도 열흘가량을 주기로 할인 품목에 대한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13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제철을 맞은 달래와 봄동부터 햇감자 등 이번주 행사 품목에 맞춰 주문한 물량을 마트 안으로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해당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문모(58)씨는 “보통 10일에서 15일에 한번씩 행사 품목을 정해 미리 경매나 주문으로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다른 때보다 손님들이 할인율에 민감해 행사 품목도 신경 써서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최근에는 한우나 한돈 등 정육류 가격이 많이 낮아져서 그런 부분도 전단에 많이 홍보를 하고 있고 과일도 행사품목으로 넣기 위해 도매시장에서 최대한 좋고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 하도 반값, 반값하며 홍보를 하니 이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매출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적으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겠다며 할인율을 극대화한 기획전이나 ‘반값’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도 이마트는 오는 15일까지 봄 참외, 봄 주꾸미, 봄 멍게 등 다양한 봄 제철 식품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지난달부터 이어온 브랜드 한우 전품목 40% 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행사 카드 결제 시 한우 등심을 50% 할인한 가격으로 선보였으며 15일까지 창립 단독 슈퍼세일 2주차 ‘홈플런’을 진행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지난 1주차에만 전월 동기 대비 매출이 약 105% 신장했다고 밝혔다.

편의점업계도 저렴한 가성비 상품을 출시하거나 할인폭을 키우면서 소비자 확보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24는 3000원대 도시락 상품을 내놓고 3900원에 6개의 인기 반찬을 맛볼 수 있는 39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가성비 경쟁에 나섰으며 ‘김혜자 도시락’으로 ‘혜자스럽다’라는 신조어까지 창조해낸 GS25는 6년만에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 지난달 이미 편의점 일반 상품 3500여종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규모를 불문한 유통가의 노력에도 지난해 가을 이후 국민 소비는 5% 안팎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1월 기준 103.9를 기록, 지난해 8월 109.4와 비교해 5.03% 하락했다.

승용차, 가전제품, 가구 등 1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고가 상품인 내구재와 의복, 신발, 가방 등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저가 상품을 말하는 준내구재 상품 중에서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가 119.3에서 111.5로 6.5% 하락하며 감소폭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9.6% 급락했는데, 이는 일상 회복 후 집밥보다 외식이 늘어난 사회현상과 더불어 같은 기간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4%가량 줄어든 것을 봤을 때 단순히 집안에서의 음식 조리가 줄어든 것보다는 먹는데 쓰는 비용 전체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