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예외조항’…광주 환경미화원 안전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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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줄줄이 ‘예외조항’…광주 환경미화원 안전 어떡하나
자치구 환경미화원 예외 기준 신설
남구, 폐기물 관리 조례 개정 예고
동·광산 개정 완료, 서·북구 검토
필요에 따라 인력 탄력 운영 목적
미화원 반발 “안전·인력감축 우려”
  • 입력 : 2023. 03.28(화) 18:02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28일 광주 남구에서 환경미화원이 폐기물 수거 업무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야간작업 금지, 3인1조 등 환경미화원 안전 수칙과 관련 광주 5개 자치구가 폐기물관리 조례에 예외 조항을 속속 신설하면서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는 △후방영상장치 설치 △주간작업 원칙 △3인1조 작업 등 환경미화원 안전 지침이 담겨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한다.

단, 지자체 조례에 따라 예외 조항을 둘 수 있는데, 광주 자치구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구는 지난 3일 ‘폐기물관리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관련 안전기준 등에 대한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구는 ‘제22조의2에서 ‘주간작업으로 인해 주민 생활에 불편이 예상되는 경우’와 ‘그 밖의 폐기물의 시급한 처리 등을 위해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는 야간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운전자가 수거에 참여해 사실상 수거원이 2명 이상이 되는 경우 ’, ‘그 밖에 구청장이 2인 이하의 인원이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등에는 3인1조 원칙에서도 제외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조건이 따르는 듯 보이지만, 결국 구청장의 판단에 따라 안전 수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서구와 북구 역시 조만간 위와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구의 경우 조례 개정 초안이 나온 상태며, 북구는 타 자치구의 사례를 통한 자료수집 후 올해 안으로 조례 개정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산구와 동구는 이미 지난해 말 개정을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구는 조례 개정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일 뿐 다른 취지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조례를 적용받는 현장 노동자들은 개정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광주 관내 환경미화원들은 지자체로부터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커녕 안내조차도 받지 못했다며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20년 이상 폐기물 수거 업무를 해왔다는 A씨는 예외 조항 중 ‘운전자가 수거에 참여해 사실상 수거원이 2명 이상이 되는 경우’ 3인1조 예외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운전자를 수거 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현재는 3인1조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차츰 대형, 종량제 등 폐기물 종류를 불문하고 해당 조항이 남용되는 경우 결국 인력 감축 등으로 이어져 작업 여건이 매우 열악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 B씨는 “개정안 중 1.5톤 미만 차량 사용 시 2인1조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효율’이 아닌 ‘안전’의 측면에서는 차량 크기를 이유로 2인 체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수거 차량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고, 좁은 골목길이나 커브 길도 가야 한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시간에는 차량을 통제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차량 크기와 상관 없이 3인 체제가 맞다”고 강조했다.

환경미화원 D씨는 “현재도 1명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쉬게 되면 2인1조로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조례로써 합법화해버리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2인1조로 근무하는 상황이 더러 생길 거다”며 “결국 예비인력 확보 등의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광주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환경미화원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안전수칙 강화의 계기가 됐던 곳에서 되레 예외조항을 만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7년 11월 광주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 2명이 후진하던 수거 차량에 치이거나 수거 차량 덮개에 머리가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자치구는 ‘(예외조항 신설이)별일 아니다’라는 태도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1.5톤 미만이나 집게차량 사용 등 굳이 작업에 3명이 투입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예외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 관계자 역시 “조례 개정 시 3주가량의 의견 제출 기간이 있는데, 어떤 이의도 제기되지 않았다”면서 “예외 조항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때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이며, 이번 조례 개정은 안전 수칙을 조례 내용에 적시함으로써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