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마약 조사 후 광주행… 지역사회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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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마약 조사 후 광주행… 지역사회 ‘어서 오라’
28일 공항서 마약 투약 혐의 체포
전 “사죄할수 있는 기회있어 축복”
광주 방문시 공개 만남·참배 진행
오월단체 “반성과 사죄 의향 환영”
지역민들 반응 “걱정 반 기대 반”
  • 입력 : 2023. 03.28(화) 18:28
  • 김혜인·정성현 기자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전두환의 손자인 전우원(27)씨가 ‘5·18민주화운동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광주 방문을 예고한 가운데 입국 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광주에 언제 어떻게 도착할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지만 지역사회 및 5·18단체는 전씨의 사죄 의사를 존중하고 방문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28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오전 6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하는 전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전씨는 입국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축복받은 것 같다. 마음 다치신 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그는 “죄인에게 한국에 와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민께 감사드리고 민폐끼쳐 죄송하다”며 “수사받고 나와서 5·18 유족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심정을 밝혔다.

전씨는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며 “미국에서 병원 기록에도 제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니 확인하면 된다”며 순순히 인정했다.

전씨는 우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이송돼 곧장 자신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전씨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 체포영장 등을 신청했고, 법원은 전날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압수수색영장도 함께 발부돼 경찰은 전씨의 모발 등을 채취해 마약류 검사 등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지난 27일 5·18기념재단(재단) SNS 계정에 사죄를 도와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재단과 5·18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는 광주에 오면 도와줄 수 있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재단 측은 경찰 수사 상황을 일단 지켜본 뒤 조사를 마치고 전씨가 광주를 방문할 시 공개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재단은 전씨가 광주에 온다면 일단 5·18기념센터에서 공법단체 등과 함께 공개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또한 전씨가 원한다면 국립5·18민주묘지에 가서 참배하는 일정이나 피해자들과의 만남도 검토하고 있다.

정성국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본인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오는 것에 환영한다. 광주에 와서 사과하겠다는데 말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전두환 본인이 아니기에 5·18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로부터 5·18과 관련해 보고 들은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양재혁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은 “한창 폭로를 이어갔을 때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학살자 전두환의 가족으로 살아오면서 여러모로 많이 힘들어한 것 같다. 용기와 그 결심은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방문을 조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어보인다. 현재 공개적으로 마약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씨의) 발언의 진정성이 퇴색될 수 있어 시간을 더 두고 쾌차한 후에 (광주를) 방문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지역민들도 이번 전씨의 행보에 대해 마약 논란을 우려하면서도 절실함이 묻어난 그의 호소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광주 북구민 김승준(30)씨는 “전씨의 목적이 어떻든 간에, 이미 이 행동 자체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말을 토대로 전씨 일가의 불법 자금 청산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라며 “(전씨가) 일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5·18 유가족들을 만나 진심으로 사죄하고 책임을 진다면 그 자체로도 이미 큰 의미라고 본다. 개인의 양심고백에 그치지 않도록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민 강요한(28)씨는 “처음에는 전씨 개인의 종교적 신념으로 폭로 등을 벌인 줄 알았지만, 사죄하겠다고 한국에까지 오는 모습을 보니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면서 “아직 전씨가 한 폭로와 5·18 사죄 등에 대한 진솔함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내부자로서 가족을 설득하는 등 시민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금과 같은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양시민 신승현(28)씨는 “마약 등으로 인해 전씨가 말하는 진실이 되레 묻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쉽다. 그가 조사 이후 광주를 찾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며 “전두환씨의 일가족이 그의 만행을 고발하고 사죄하는 것이 처음 아닌가. 성실히 조사받고 꼭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참혹했던 과거를 참회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혜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