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천원 아침밥과 양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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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천원 아침밥과 양곡법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4.03(월) 12:42
김선욱 부국장
지난해 SBS에서 ‘천원짜리 변호사’란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괴짜 변호사가가 사회적 약자들의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줄거리다. 해당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는 단돈 1천원이다. 현실에서 이런 변호사는 찾아볼 수 없겠지만, 천원은 억울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사회 정의를 잇는 소통 창구 같이 느껴졌다.

지갑 속 1천원 한 장. 허기를 달래줄 김밥 한줄 사기 힘든 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고물가 시대, 천원의 가치는 깃털처럼 가볍다. 동네 마트를 가봐도 천원으로 살만한게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들어 천원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른바 ‘천원 아침밥’으로 불리는 ‘천원의 행복’이다. 요즘 대학교 구내식당 앞에는 아침부터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단돈 1천원만 내면 든든한 아침밥을 먹을 수 있어서다. 식비 부담이 큰 대학생들에게 편의점 도시락보다 싼 1천원짜리 식사는 가뭄속 단비와도 같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추진중인데, 현재 전국 대학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1천원을 지원하면 학교가 나머지 액수를 부담하는 식이다.

‘천원 아침밥’이 대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정치권이 호응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경희대 학생식당을 찾아 학생들과 함께 천원 짜리 아침밥을 먹으면서, “참여 학교가 늘어나 더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사업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에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중앙·지방정부가 동참, 전국 대학에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자, 농식품부는 올해 사업예산 2배 확대로 화답했다.

‘천원 아침밥’의 취지는 청년들의 고충을 보듬는 것을 넘어, 미래세대의 쌀 소비 확대와 쌀 수급 균형 유지를 담고 있다. 아침밥 식습관 등 쌀 소비를 늘려 식량 안보차원에서 우리 쌀을 지키자는 것이다. 가격이 떨어져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주중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 만큼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 식량 주권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법안을 받아주는게 정말 어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