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당한 원주민… 광주의 민주화 투쟁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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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핍박당한 원주민… 광주의 민주화 투쟁과 비슷”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관람기 ①캐나다관
이강하미술관서 '이누이트' 예술
30여명 작가 드로잉·조각 등 선봬
색연필 동화·초현실적 묘사 특징
타마라 캐나다 대사대리 광주 방문
  • 입력 : 2023. 04.10(월) 16:41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국가별 부록전시 파빌리온의 캐나다관으로 조성된 이강하 미술관에서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이는 가운데 지난 7일 미술관에 방문한 왼쪽부터 캐나다 대사대리 타마라 모휘니씨와 큐레이터를 맡은 윌리엄 허프만씨. 도선인 기자
이누이트는 보통 ‘에스키모’라 불리며 캐나다, 그린란드, 시베리아의 북극 지방에서 사는 소수민족을 말한다. 유럽인들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핍박받았던 과거의 경험이 마치 광주와 비슷하다. 1980년 5월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이강하 화백을 기리기 위해 2018년 개관한 ‘이강하미술관’에서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이는 이유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국가별 부록전시 파빌리온의 캐나다관으로 조성된 이강하 미술관은 ‘신화, 현실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에는 이누이트 민족 32명의 원로·신진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90점 이상의 드로잉과 조각들을 엿볼 수 있다.

마침 이 전시는 2023년 대한민국과 캐나다가 수교를 맺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에 마련돼 의미가 크다.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주한 캐나다 대사관의 지원을 받았으며, 캐나다관이 개관한 지난 7일 캐나다 대사대리 타마라 모휘니씨가 직접 방문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녀의 광주 첫 방문이다.

타마라 모휘니 캐나다 대사대리는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5·18민주묘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이강하 화백의 묘에 헌화했다”며 “민주화운동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 화백의 개인적인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와 한국은 시민들이 핍박받으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쟁취한 공통의 ‘민주주의’ 역사가 있다고 느꼈다”며 “이누이트는 유럽인들이 땅에 도착하기 전부터 있었던 사람들이다. 어두웠던 과거를 지나 캐나다는 현재 원주민들이 겪었던 상흔을 밝혀내고 보상 등의 화해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광주의 5·18이 민주화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이누이트 예술을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것이다. 보통 흑연, 색연필, 펜, 수채화 등의 재료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으며 동화적인 묘사가 특징이다. 이누이트 민족은 동물을 영적인 존재로 믿고 윤회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화폭에는 동물이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일상과 자연을 단순한 선과 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누이트 예술의 창시자라 불리우는 케노쥬악 아셰박(Kenojuak ashevak, 1927~2013)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에 참여한 30여명의 작가들은 모두 이누이트 예술단체 협동조합 킨게이트 소속으로 자급자족 경제 공동체를 이룬다. 킨게이트 소속의 큐레이터 윌리엄 허프만이 직접 광주에 머물며 전시를 준비했다. 이날 이강하미술관에서 만난 윌리엄은 “파빌리온 캐나다관을 준비하면서 광주에 처음 오게 됐다”며 “이누이트 예술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시를 광주에서 선보여 뜻깊다”고 말했다.

한편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캐나다예술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업무 협약을 맺고 교류사업을 진행한다. 두 기관은 공동기금을 출현해 전시, 공연, 문학, 영화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양국의 예술가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타마라 캐나다 대사대리는 “두 나라 관계가 지금처럼 좋았던 적이 없을 만큼 상황이 좋다. 캐나다 대사관은 올해 예술을 주제로 여러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두 나라 예술적 교류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수교 60해 기점으로 굿 프랜드에서 베스트 프랜드로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화, 현실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이강하미술관에서 지난 7일 만난 (왼쪽부터)큐레이터 윌리엄 허프만씨, 캐나다 대사대리 타마라 모휘니씨. 도선인 기자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