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술계 “박서보 예술상 폐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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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광주 미술계 “박서보 예술상 폐지” 목소리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제정 시상
“유신정권 침묵한 관변미술가” 주장
“개인 명예욕 불과…광주정신 위배”
재단 측 "미술계 발전 위한 것" 해명
  • 입력 : 2023. 04.11(화) 13:3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정신 모독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 모임’이 11일 오전 11시 광주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박서보예술상 폐지 시민모임 제공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참여작가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1명에게 수여되는 박서보 예술상에 대해 지역 미술계 안팎으로 폐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신정권에 침묵한 관변미술가 ‘박서보’ 개인의 이름을 딴 상은 사적 명예욕을 채워주는 것으로 광주비엔날레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재)광주비엔날레는 단색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박서보 화백의 후원으로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했다. 박 화백은 자신이 후학양성을 위해 설립한 기지재단에 100만 달러를 출현했으며 광주비엔날레는 기지재단을 통해 올해 시작으로 2042년까지 비엔날레 시즌마다 참여작가 1명을 선정해 10만 달러씩 수여하기로 했다.

‘박서보 예술상’ 제1회 수상자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조형작품 ‘코 없는 코끼리’를 선보인 ‘엄정순’ 작가로 정해졌다. 지난 6일 광주비엔날레 광장에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수상자를 발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과 팻말이 등장했다. 수상자 호명 순간에는 확성기를 들고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박서보는 유신정권에 순응하고 민주화운동 정신을 외면하면서 개인의 출세를 위해 살아온 철저한 심미적 모더니즘 미술가다”며 “광주비엔날레가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하는 것은 국제적 위상을 훼속하는 것이기에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 목소리는 광주 미술계와 시민단체로 이어지고 있다.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를 비롯한 예술인과 시민단체는 ‘(가칭)광주정신 모독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 모임(이하 시민모임)’을 만들어 11일 광주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과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모임은 성명을 통해 “100만 달러라는 돈으로 20년 동안 생존 작가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은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매판 하는 행위다”며 “1980년 5·18의 정신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한 광주비엔날레의 창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박서보 예술상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참사다”며 “1960년 4·19혁명에 침묵하고 5·16군부정권에 순응했으며,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유신정권 관변미술계의 수장이었다. 미술권력자로서 박서보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고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또 “광주에서 광주시민, 광주시장, 광주비엔날레의 이름으로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하는 행위는 광주시민을 모독하고 광주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다”고 말했다.

폐지 여론이 거세지자 (재)광주비엔날레 측은 입장문을 내고 “박서보 화백의 기부가 광주비엔날레가 추구하는 한국미술 진흥에 목적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서보 예술상은 순수하게 후배 예술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임을 다시 한번 그 취지를 밝힌다”며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대상으로 어떠한 인종적, 지역적, 성별적인 차별을 두지 않고 오직 작품성만을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한 바 있다. 다른 기관 등에서 미술계의 발전을 위한 후원 의사를 밝힌다면 그에 걸맞은 다양한 시상이나 작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진행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시민들이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박서보예술상 폐지 시민모임 제공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