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현대미술… 광주서 엿보는 베니스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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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낯선 현대미술… 광주서 엿보는 베니스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관람기 ②이탈리아관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
동곡미술관 마크로 작가 등 5명
초현실적 영상·조형작품 등 선봬
예술의 독특한 표현 방식 ‘눈길’
  • 입력 : 2023. 04.12(수) 15:5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에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의 이탈리아관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가 열리고 있다. 도선인 기자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나라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995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보다 딱 100년 앞서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방가르드,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등 세계 미술계에 떠오르는 새로운 사조들을 조명하며 현대미술의 흐름을 함께해왔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국가별 부록전시 파빌리온 이탈리아관을 방문하면 현대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파빌리온 이탈리아관으로 조성된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은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라는 제목으로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탈피한 현대예술 선보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와 일맥상통한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가 유약하지만 모든 곳에 스며들어 결국 변화를 끌어내는 물의 강함에 집중했다면, 이탈리아관은 물이 갖는 ‘만물의 근원’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속성에 대해 낯설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시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카밀라 알베르티, 유발 아비탈, 마르코 바로티,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파비오 론카토 등 다섯 작가가 참여했으며 초현실적인 느낌의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작품을 엿볼 수 있다.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에 전시된 마르코 바로티의 키네틱 사운드 아트 CLAMS. 도선인 기자
동곡미술관 지하1층 전시공간엔 조성된 이탈리아관에서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맞이하는 작품은 마르코 바로티의 키네틱(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포함하는 예술작품) 사운드 아트 ‘CLAMS(대합조개)’다. 마르코 작가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조개 여러 개를 만들었으며 조개껍데기 안에는 증폭 스피커를 장착했다. 조개들은 껍데기를 여닫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음률을 통해 관객들은 마치 생명이 있는 듯한 착각을 받는다. 특히 전시장을 메우는 조개의 안의 스피커 소리는 마르코 작가가 직접 영산강에서 수질계측기와 음파탐지기를 통해 습득한 일련의 데이터를 소리 형태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 소리는 다시 조개껍데기의 여닫는 동력이 되면서 마르코만의 키네틱 사운드 아트가 완성된다.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에 전시된 카밀라 알베르티의 조형작품 ‘LEARNING IN DIS-BINDING’. 도선인 기자
카밀라 알베르티는 조형작품 ‘LEARNING IN DIS-BINDING’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버려진 물건, 산업 폐기물, 해양 쓰레기 등을 수집하고 모은 재료를 토대로 어떤 생명체의 풍화된 뼈대를 완성한 모양새다. 조각품의 몸체로 주로 기계의 부품으로 쓰이는 스틸(철), 나뭇가지, 뿌리, 조개껍데기 등이 사용됐다. 인간이 생활하면서 나오는 부속품들을 모아 어떤 종의 남겨진 흔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에 전시된 아그네스 퀘스천마크의 조형작품 ‘Draco Piscis’. 도선인 기자
아그네스 퀘스천마크는 인간이 진화하기 전 태초에 우리가 있었던 ‘물’에 집중한다. 한 과학자가 설파한 호모 아쿠아티쿠스라는 개념을 차용해 과학기술을 갖춘 인간이 언젠가는 진화의 시작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물속에서의 생존 장치를 개발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그네스 작가는 ‘Draco Piscis’를 선보였는데, 이는 물에 사는 용과 같은 괴물을 연상시키는 대형 조형작품으로 생김새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다 물 밖으로 노출된 몸체 일부만 묘사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무자비하게 오염시킨 수중 세상을 공생, 공존, 비현실적 발견의 영역으로 신성화시킨다.

ㅇ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에 전시된 파비오 론카토의 설치작품 ‘FOLLOW ME’. 도선인 기자
파비오 론카토는 광주에서 지역 공예가들과 협력해 천년 전통의 한국 옹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석고와 흙으로 된 9개의 항아리를 제작했다. 9라는 개수는 5·18민주화운동에서 9일간의 항쟁을 기리기 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항아리는 물의 흐름을 통해 거친 침식 과정을 거쳐 형태를 갖추게 되는데, 이 또한 1980년 5월 광주의 혁명을 상징한다.

유발 아비탈은 다수의 영상이 동시에 플레이되는 ‘Foreign Bodles’를 선보였다. 유발 작가는 인간의 몸을 자연을 훼손시키는 이물질로 바라본다. 영상을 통해 인간은 자연의 거대함에 비해 지극히 작고 벌거벗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표현했다. 외로움에 젖은 신체는 항상 웅크리고 있지만, 반면 자연의 풍경은 시야 전체를 강렬한 힘으로 아우른다.

정영헌 동곡미술관 이사장은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우리 동곡미술관이 현대미술을 이끄는 이탈리아관을 선점하게 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관람객들이 이탈리아관을 통해 수준 높은 현대예술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