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걷는 일상 행위에 담긴 의미 탐색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도심을 걷는 일상 행위에 담긴 의미 탐색
26일 ACC 기획전 ‘걷기, 헤매기’ 개막
문화창조원 3·4관 6개국 13팀 참여
회화·조각·영상·행위예술 25점 선봬
걸음의 발견으로 확장된 시선 조명
  • 입력 : 2023. 04.26(수) 17:4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의 개막행사가 26일 진행된 가운데 이주연 큐레이터가 작품 해설을 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걷기’라는 일상적인 행위에 담긴 의미를 탐색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오는 27일부터 9월3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레지나 호세 갈린도, 프란시스 알리스 등 해외 유명 작가가 참여해 관심을 모은다.

‘발견하는 걸음, 확장하는 시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걷기의 양상과 보행자의 이야기, 길 위에서 만난 도시의 역사와 오늘날의 풍경, 그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쟁점을 풀어놓는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을 비롯한 과테말라, 벨기에, 세르비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 6개국 현대미술가 13인(팀)이 참여했으며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회화, 조각, 사진, 행위예술(퍼포먼스), 영상, 동작 예술(키네틱 아트), 상호 작용 예술(인터랙티브 아트) 등 매체 또한 다양하다.

정식 오픈에 앞서 26일 참여작가 및 문화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허윤경 안무가의 ‘걸음’을 주제로한 특별 공연과 전시를 기획한 이주연 큐레이터의 해설이 이뤄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걷기, 헤매기’의 개막행사가 26일 진행된 가운데 허윤경 안무가의 ‘걸음’을 주제로한 특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도선인 기자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서 퍼포먼스를 확립하는데 기여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세르비아) 작품 ‘연인, 만리장성 걷기’는 연인 울라이와 90일간 만리장성 양 끝에서부터 걸어 성 한가운데서서 마주치고 헤어지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다. 개인적 삶의 서사와 함께 순례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각자의 여정을 홀로 걷는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 국가관 대표 작가이며 도시를 걷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프란시스 알리스는 회화 연작 ‘국경 장벽 유형학’과 퍼포먼스 영상 ‘실천의 모순 5’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막힌 길로서 세계 각국의 장벽을 기록한 ‘국경 장벽 유형학’엔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삼팔선이 담겨 의미가 깊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퍼포먼스도 관객을 만난다.‘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레지나 호세 갈린도(과테말라)는 신작 퍼포먼스 ‘땅은 망자를 감추지 않는다’를 오는 5월14일 아시아문화광장에서 펼친다. 작품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작가의 황금사자상 수상작 ‘누가 그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와 근작 ‘사람들의 강’도 감상할 수 있다.

거대한 동작 예술 작품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가로 10m, 세로 9m, 높이 6m에 달하는 이창운 작가의 역작 ‘공간지도’는 도시 속 이동 모습을 형상화했다.

광주의 길 이야기를 담은 체험형 작품도 즐길 수 있다. 박고은 작가의 상호 작용 예술 작품 ‘글자를 입은 소리들이 모인 지도’는 광주의 옛길 이름이 담긴 지도 위를 유영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는 ‘발자취를 쫓다’에서 광주와 인도네시아 도시 반둥을 연결하는 소리의 풍경(사운드스케이프)을 그려낸다.

전시는 걷기를 통해 도시의 역사를 탐구하고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작품을 소개한다. 강동주의 회화 ‘유동, 아주 밝고 아주 어두운’은 한강이 자연과 인공적 개발 사이의 긴장 속에 있음을 드러낸다. 김재민이는 ‘레이온 공장 달리기’에서 도시의 탄생과 팽창 그리고 오늘날의 소비 사회를 살핀다. 리 카이 청의 ‘저 너머 텅 빈 땅’과 ‘지상지하’는 전쟁과 식민주의적 야망이 만들어낸 길과 그 길을 걷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리슨투더시티의 ‘거리의 질감’은 비장애인의 시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모습에 질문하며 소외된 이들과 함께 걷기를 시도한다.

이밖에 량즈워와 사라 웡(홍콩)은 ‘그는 어제 행방불명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를 발견했다’ 연작에서 오래된 기록물에서 발견한 익명의 보행자와 만남을 그려낸다. 김방주 작가는 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친 사물을 수집하고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하며, 우리가 걷는 길이 이렇듯 숨겨진 이야기로 가득함을 드러낸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걷기, 헤매기’는 걷기의 의미를 돌아보며 일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뜻깊은 전시”라며 “걷기 좋은 봄날, 많은 관객 분들이 전시장을 방문해 작품이 이끄는 여정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