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의 상징 ‘양림동’서 엿보는 사진의 예술적 확장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교류의 상징 ‘양림동’서 엿보는 사진의 예술적 확장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관람기 ⑤스위스관
이이남스튜디오 ‘SPACELESS’
스위스·한국 출신 작가 8명 참여
공간 재해석한 50여점 사진 선봬
인간이 꾸민 유토피아 허구 지적
  • 입력 : 2023. 04.30(일) 14:3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이이남스튜디오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파빌리온 스위스관으로 조성된 가운데 사진전 ‘SPACELESS’를 오는 7월9일까지 이어간다. 도선인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작품은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진작품만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공간도 마련됐는데, 광주비엔날레의 국가별 부록전시 파빌리온에서 스위스관으로 조성된 ‘이이남스튜디오’가 그 예다.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본 예술의 세계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위스 파빌리온은 ‘스페이스레스(SPACELESS·무한한 공간)’라는 제목으로 사진의 예술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위스와 한국 출신 젊은 사진작가 8명의 사진작품을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은 사진을 통해 세계를 관찰하고 주변 공간을 인식했다. 올해는 한국과 스위스가 수교를 맺은 지 60주년이라, 양국 작가들의 협력 전시는 더 빛을 발한다.

특히 이 전시는 지난해 서울 스위스대사관에서 진행된 바 있으며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올해 남구 양림동에 있는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새롭게 구성됐다. 선교사를 통해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통로이자 교류의 상징인 양림동의 중심을 전시장으로 선택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이기도 한 천경우 작가가 기획자로 참여했으며 약 50점의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을 통해 도시 공간의 재발견을 경험할 수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스위스관에 전시된 플로리안 아모저 작 Aporetic Spectacle.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먼저 플로리안 아모저는 자동 드론 카메라를 이용해 알프스와 유라 산맥의 터널 배기 구조물을 촬영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같은 위치에서 반복된 촬영에도 매번 달라지는 이미지를 고백하며 자연의 거대한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미묘하게 달라지는 드론의 움직임으로 매끄럽고 뚜렷한 이미지를 만들 수 없는데, 이는 기계와 인간의 관점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을 드러낸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스위스관에 전시된 알렉산드라 도텔의 작 May You Continue to Blossom.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알렉산드라 도텔은 환상의 본질에 대한 사진작품을 선보였다. 이스라엘 남부 사막에 있는 자칭 유토피아로 불리는 마을의 단면을 촬영한 작품 ‘May You Continue to Blossom(꽃이 계속 피길)’이 대표적이다. 도텔은 작품을 통해 ‘우리가 믿었던 이상향은 환상이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진다.

요네스 클로슈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그랑 파리 프로젝트’의 건설현장을 기록한 사진작품을 선보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최첨단 대중교통으로 도시를 이어 ‘메트로폴리스’를 건설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을 말한다. 언뜻 근사해 보이지만, 요네스 클로슈가 찍은 사진은 도시의 건조함과 쓸쓸함만 느껴진다. 이는 유토피아적 도시정비 정책이 오히려 파리의 활력과 풍요로움을 없애고 있다는 비판적 의도를 담고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스위스관에 전시된 정지현의 작 컨스트럭트. 도선인 기자
한국 작가 정지현은 철거나 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건물의 단면을 촬영해 도시 건물의 폭력적 소멸과 생성을 보여줬다. 그는 출입이 통제된 신도시 건설현장이나 재개발구역의 철거현장에 들어가 그 변화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실제 철거 예정인 건물에 잠입해 내부를 빨간색으로 칠한 뒤 촬영하고, 실제 철거가 이뤄진 다음에 다시 들어가 빨간 페인트의 흔적을 찾았다. 건물이 철거되면서 점점 작은 덩어리로 쪼개지는 빨간 흔적들을 기록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대도시의 생성과 소멸 앞에 무기력하게 사라지는 개인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스위스관 전시에는 마고 스파크, 정영호, 윤태준, 김도영이 참여했다. 이들은 온라인상의 디지털 공간과 도시 환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한 사진 및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스위스관에 전시된 정영호의 작 반지하, 고시원, 홍수.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