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전일칼럼> “방사능 오염수 나는 절대 먹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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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전일칼럼> “방사능 오염수 나는 절대 먹고 싶지 않다”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5.24(수) 17:31
이용환 논설실장
5월 18일 현재 133만 3123㎥.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핵 폭발로 만들어진 방사능 오염수의 총량이다. 지난 2020년 12월 설치했던 137만㎥의 저장 탱크는 이미 97%가 찼다. 하지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 쏟아 붓는 냉각수와 원전으로 흘러드는 지하수 등이 합쳐져 만들어진 고독성 오염수는 하루 하루 늘어가고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를 담은 1028개의 저장 탱크와 27개의 스트론튬 처리수, 12개의 담수화 장치(RO) 처리수, 1개의 농축 염수 등 1068개에 이르는 거대한 저장탱크의 행렬도 충격적이다. 인류의 재앙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는 공포의 현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쌓아 둔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했다.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고 방출해도 생태계 안전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유다. 방사선 전문가라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웨이드 앨리슨 명예교수는 ‘알프스로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 1ℓ가 내 앞에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안전에 대한 맹목적인 자신감이다. 오염수 방류의 최일선에 선 도쿄전력도 ‘알려드리고 싶은 18가지’라는 문건을 통해 방사능 오염수가 절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류를 앞둔 순수한 삼중수소(트리튬)의 총량이 안약 1병 분일 정도로 미미하고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원자력 시설에서 삼중수소가 방출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삼중수소가 물과 거의 동일한 성질의 액체라는 것, 우리 몸에 친숙하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의 에너지가 약하다는 것도 이들이 방류를 결정한 이유다.


오염수 해양방류는 최악의 범죄


그런데도 전세계 많은 사람들은 일본과 일본에 동조하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마저 믿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 노출 기준치 이하의 저선량은 안전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전제와 달리, 기준치 아래의 저선량 또한 인체나 지구 생태계에 가공할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다수 과학자들도 ‘위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티머시 무쏘 교수는 한국을 찾아 삼중수소가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면 세슘보다 두 배 이상의 내부 피폭을 일으킨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은 먹이사슬과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유전정보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게 무쏘 교수의 분석이다. 일본 반핵정보자료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도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 역시 ‘삼중수소를 섭취할 경우 다른 방사성 핵종보다 더 강한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0번 양보해서 국제원자력기구를 믿는다 해도 그들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방사성동위원소를 방출하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오래 전부터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알려 졌던 것 들이다. 수증기나 물로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인체에 남을 경우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켜 DNA를 파괴시킨다. 화학적 성질이 물과 똑같아 물에서 분리마저 할 수 없다. 아무리 희석 시키더라도 바다에 방류할 경우 해양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일본의 부도덕성도 문제다. 일본은 저장탱크를 더 건설해 오염수를 계속 보관할 기술과 돈이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던 과거를 외면하고 단지 ‘비용을 아끼겠다’며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고 결정했다. 죽음의 방사능을 미래 인류에게 떠넘기는 최악의 범죄다.


방류 철회 지금도 늦지 않아


25일 끝나는 우리나라 현장시찰단의 검토와 상관없이 오염수 방류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마도 일본은 며칠 뒤 국제원자력기구가 내놓을 ‘뻔한’ 결론이 나오면 곧바로 방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는 포기해야 할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포기해서도 안 되고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것은 지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겁 없이 열어 젖히는 행위다.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전남이 입을 피해도 엄청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일본은 인류의 생명뿐 아니라 지구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인류의 집단지성이라면 비록 돈은 더 들겠지만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부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지막까지 찾아야 한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앞둔 지금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수년 전 국내에서 발간되는 한 환경전문 잡지가 인체 유해성을 두고 찬반 논란을 겪는 화학물질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 “누구는 해가 없다고 하고 누구는 독이라고 주장하는 물질을 강제로 먹으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나에게 물어본다면 대답은 명확하다. “나는 결코 먹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