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0-4>“성실한 외국인 노동자 체류기간 연장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일주이슈 100-4>“성실한 외국인 노동자 체류기간 연장을”
홍성용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차장
  • 입력 : 2023. 06.04(일) 18:35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홍성용 차장
매년 영농철이 되면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여러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한다.

정부와 자치단체, 농협은 농촌인력중개센터, 고용허가제, 외국인계절근로자, 공공형계절근로자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농촌 인력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항상 영농철이 되면 일손이 부족하다.

영농철이 되면 마늘·양파생산 농가들은 1년 동안 힘들게 키운 농작물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장에 출하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적기에 수확이 필요하고, 웃돈을 줘서라도 일 잘하는 작업반을 수소문해 먼저 작업하기를 원할 것이다. 바쁜 영농철에 인건비가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농철 일손이 부족해 임금이 오르는 이유가 과연 사람이 부족해서일까? 도시에서 유휴 인력이 몰려와서 영농 현장에 투입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내국인이 영농현장에 참여해도 일이 서투르면 반나절 만에 쫓겨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바쁜 학업에도 농촌 봉사활동에 나서는 학생들의 일손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농가 대부분이 부족한 일손을 돕겠다고 나서는 학생들이 늘 감사하지만 서툰 작업에 농가들은 지역 말로 “성에 안 찬다”고 말한다.

영농철 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겠지만 더 자세히 말하면 농업인의 눈에 드는 능숙한 일꾼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진실일지 모른다.

농촌이 고령화되고, 영농에 종사할 젊은 청년들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그 빈자리를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채우게 됐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일을 잘 한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좀 쉬라고 해도 쉬지 않고 하루 일과를 빨리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현재의 농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력은 외국인노동자가 아닐까 싶다.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은 5개월이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일이 숙련돼 농업인들의 마음에 쏙 들게 됐지만 잡을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외국인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5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농촌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법 테두리에서 가능하다면 농장주가 인정하는 성실한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3개월이 아닌 1년 단위의 비자 연장의 가능성을 열어 두어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농촌에서 외국인불법체류자 단속을 하게 되면 농업인들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하게 된다. 짧은 체류기간을 연장 받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지만 농업인에게는 환대받는 일꾼이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농촌에서 열심히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문제를 발생시키고 영농현장을 이탈하는 노동자는 더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 불법보다는 합법적으로 마음 편하게 일하는 외국인노동자가 증가하는 것이 농민들이 원하는 영농철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매년 발생하는 영농 인력부족에 대해 단순히 인력을 몇 명 투입한다는 계획보다는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얼마나 되는 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더불어 외국인들이 한국의 농촌 생활에 잘 정착해 새로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거주 공간 마련, 언어교육시설, 외국인 복지시설 설치 등의 환경 개선이 뒤따른다면 우리 농촌, 농업인의 영농철 부족 일손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