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반복도 스토킹… “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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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부재중 전화 반복도 스토킹… “조심 하세요”
대법원 처벌 강화 판결에
광주지법도 벌금형 선고
광주 스토킹 3년새 16배↑
피해자 보호망 강화 절실
  • 입력 : 2023. 06.06(화) 18:03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최근 3년간(2020~2022년) 광주지역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 신고가 1004건 접수된 가운데, 최근 부재중 전화를 반복적으로 남긴 남성이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있어 피해자 보호망이 강화될 지 주목된다. 그래픽=최홍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스토킹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부재중 전화를 반복적으로 남긴 남성이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있어 피해자 보호망이 강화될 지 주목된다.

6일 광주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범죄 피해 신고는 1004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2021년 10월21일 이후 피해 신고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2020년에 스토킹 범죄로 접수된 신고는 41건에 그쳤지만, 2021년 301건, 지난해에는 662건으로 대폭 늘었다.

스토킹 범죄가 증가함에도 그간 실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부재중 전화’가 대표적이었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부재중 전화는 스토킹 행위가 아니다’고 판단하는 재판부가 많았다. 부재중 전화 관련 스토킹 범죄가 대부분 18년 전 대법원 판례에 근거를 뒀기 때문이다.

스토킹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정보통신망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던 판례였다. 스토킹 범죄 피고인들과 변호를 맡은 소송대리인들은 이같은 판례를 적극 차용해 변론에 활용해 왔다. 대법원은 2005년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반복적인 전화를 피해자가 받지 않아도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휴대전화에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는 경우도 스토킹 행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8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연인과 돈 문제로 다툰 뒤 연락처를 차단 당하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에게 29차례 전화를 했다. 피해자는 1번 전화를 받았고, 나머지 28번은 받지 않았다.

광주지법도 최근 부재중 전화를 스토킹 범죄로 보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광주지법 형사 10단독은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여성에 새벽 동안 895차례 전화를 한 20대 남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B씨는 지난 2월12일 피해자에게 895차례 전화를 걸고 만남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6차례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B씨의 전화번호를 차단해 실제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수신 기록만 남았으나, 그 행위 자체로도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광주 지역 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 유사 사건 하급심 재판에서 큰 영향을 줄것이라고 본다. 스토킹처벌법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며 “스토킹 범죄는 작년 신당동 살인사건처럼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