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우리 문학 歌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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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 우리 문학 歌辭
최도철 미디어국장
  • 입력 : 2023. 06.11(일) 17:23
최도철 국장
조선시대에는 관원들이 장수하면 잔치를 베풀어주는 제도가 있었다. 정2품의 실직(實職)을 지낸 문관들이 70세를 넘기면 기로연(耆老宴)을 열었고, 관료 가운데 출생이나 혼인, 과거급제 60년이 되면 회갑, 회근, 회방이라 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개중에 가장 큰 영예는 단연 회방연(回榜宴)이다.

조선시대의 평균 수명이 46세인 점을 대비하면, 회방연의 영광을 누리려면 급제 후로도 60년을 넘게 살아야 한다. 또 문하에 출중한 제자들도 두어야 한다.

조선 500년을 통틀어 고작 네 사람만이 영광을 누린 회방연의 첫 번째 주인공은 90세까지 살면서 여섯 임금을 섬긴 송순(宋純, 1493~1582)이다. 조선 중기 문신 송순은 77세에 대사헌을 끝으로 물러난 뒤, 나중 회방연이 열린 담양 봉산 면앙정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했다. 송순의 회방연은 정철, 고경명, 기대승, 임제 등 당시 호남가단의 중심이었던 제자들이 직접 가마를 메고 처소까지 모신 일화도 전해진다.

면앙정에 오르면 첫들머리에 송순의 대표작인 면앙정가 시비가 있다. 면앙정가는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과 더불어 호남 가사문학의 원류로 불린다.

가사(歌辭)는 여말선초에 사대부계층에 의해 자리잡은 문학의 한 갈래로 개화기까지 창작됐다. 주 작가층은 사대부계층이며, 장르가 지닌 폭넓은 개방성으로 반가의 부녀자, 승려, 중·서민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던 관습적 문학양식이다.

면앙정가는 가사문학의 절창 가운데 하나다. 자연탄상(自然歎賞)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시어의 선택에 있어 자유분방하고 말을 섞는 솜씨, 조어의 공교함으로 가사문학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면앙정가 한 대목을 따라 읊조린다.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을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의 버릴 일이 전혀 없다./…/ 술이 익었거니 벗이야 없을쏘냐./ 부르게 하며 타게 하며 켜게 하며 흔들며/ 온갖 가지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으며 시름일 붙었으랴.”

호남 사림 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담양에서 가사문학의 현대적 계승과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아홉차례나 ‘한국가사문학대상’을 공모했고, 학술대회와 함께 열리는 ‘전국가사문학제’는 열세번이나 열었다. 이뿐인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발한(?) 대회도 연다. 오는 7월 8일 열리는 ‘담양 스타일 국힙! 제5회 가사시 랩 페스티벌’이다. 가사를 랩으로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 고유의 문학장르인 ‘가사’를 보전하고 계승하기 위한 담양군의 가상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