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유일의 노인 악단인 아시아실버윈드오케스트라가 12일 오전 10시 국립광주어린이박물관 대강당에서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
12일 오전 10시 국립광주어린이박물관 대강당에서 관악 악기들의 합주 소리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온다. 평균나이 73세 단원들이 모인 아마추어 악단 ‘아시아실버윈드오케스트라’의 합주 연습 현장이다. 오는 23일 예정된 특별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는 단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이날의 연습곡은 동요행진곡과 아리랑 등…. 플룻,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드럼, 키보드 등을 연주하는 30여명의 단원들은 서로서로 물으며 멜로디를 따라간다. 2시간 동안 계속된 연습에 “멜로디가 빨라서 너무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2시간 동안 계속된 연습에도 고령의 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열정 가득한 만학이 아닌, 만악(樂)의 연주자들이다.
‘아시아실버윈드오케스트라’는 2011년 창단된 아마추어 악단으로 지역 유일의 실버 오케스트라다. 만 6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으며 악기 비전공자들이 모여 무대를 꾸민다. 단원들의 평균 나이가 73세에 이르며 최고령 단원이 82세다. 단원 대부분 은퇴자로 음악을 통해 인생 2막을 꾸려가고 있다.
연주 소모임으로 시작한 조직이라 변변한 연습공간이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국립광주박물관이 주관하는 공간대여사업 ‘1관 1단 문화예술 커뮤니티’에 선정되면서 2021년부터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단원들은 이곳으로 모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이기도 쉽지 않아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습공간이 없어 지인 소개로 담양까지 가 연습을 한 적도 있었지만, 연습은 계속됐다.
서영 아시아실버윈드오케스트라 단장은 “사조직이라 우리만의 전용 공간이 없다. 철새처럼 요건이 되는 공간을 옮겨 다니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국립광주박물에서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도 우리 무대가 필요한 곳이라면 달려가 수준급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조순자 부단장은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분위기가 좋다. 부부 단원들도 꽤 돼 조직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던 것 같다”며 “70대 노인들이 모인 관악단은 광주에서 우리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플룻을 연주하는 조규열(77) 씨는 “나이 들수록 손가락이 빨리빨리 안 움직여 빠른 장단의 곡이 특히 연주하기 어렵다. 합주에 맞추려면 집에서도 연습해야겠다. 큰일이다”며 “몸은 느려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앞선다. 퇴직 후 삶이 음악으로 즐겁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단원으로 활동 중인 장영자(78) 씨는 “전업주부로 살다 우연히 모임에 들어오게 됐다. 이 나이에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악기소리를 통해 단원들의 화합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실버윈드오케스트라는 매년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위문공연, 초청공연 등 70회 이상의 무대를 선보였다. 2016년 광주 서구가 주최한 제1회 아마추어 음악활동 경연대회에서 대상, 2017년 광주평생학습박람회 동아리경연대회에서 특별상, 2018년 실버문화페스티벌에서 샤이니스타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아시아실버윈드오케스트라는 6월부터 12월까지 국립광주박물관이 주관하는 ‘30분의 행복’ 공연을 무료로 선보인다. 공연은 매달 넷째주 금요일 오전 11시30분에 시작되며 첫무대는 오는 23일 오전 10시30분 국립광주어린이박물관 대강당에서 예정돼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