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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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소금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6.14(수) 10:37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기원전 5000년 전 인간의 음식이 업그레이드 된 데는 소금의 역할이 컸다.

물고기를 잡아 배를 가른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저장하는 염장법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3000년 전 이집트 벽화에는 나일강에서 물고기를 잡은 뒤 배를 가르고 소금을 절이는 염장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소금으로 간을 하면 부패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았던 거다. 미이라를 만들때도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이 인류 최초 방부제로 쓰였던 것. 피라미드 축조 때도 염장한 생선을 인부들에게 나눠줬다는 기록도 있다.

시칠리아 등 고대 지중해 국가들도 염장기술을 바탕으로 제국을 유지했다. 교역품목에는 염장생선이 빠지지 않았다. 당시 인기품목은 염장참치였다고 한다. 참치알, 참치 허릿살, 참치 심장도 최고 제품으로 꼽혔다. 그 곳에는 참치 관련 지명도 많다. 유럽인들도 생선염장을 만들어 먹었다. 스페인의 참치염장, 스웨덴의 청어염장은 지금까지도 최고 음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소금에는 천일염만 있는 게 아니다. 암염도 있다. 암염은 얕은 곳에서부터 최대 300m의 땅 속에 매장돼 있다. 유럽과 미국 등지의 폐쇄된 분지나 히말라야 산맥 인근에서도 채취된다.

몇년 전 독일 취재를 갔다가 암염을 맛본 적 있다. 더 정확히는 암염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어봤다. 프랑크푸르트 어디쯤 식당에 들어가서 먹어본 음식은 무척이나 짭짤했다. 소금을 많이 뿌려서 그랬나보다 했는데 다른 음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빵은 물론 치즈, 국물에서도 쓴맛이 느껴질 만큼 짰다. 지하에서 오랫동안 숙성됐기 때문인가보다 라고 위로하며 최소한의 국물만 떠먹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이 끝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위한 시운전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전남지역 어민들도 당장 수산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며 정부와 일본측에 방류 중단 촉구에 나섰다. 더 큰 문제는 바닷물로 만들어 내는 소금생산 어가들에게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전남 861곳 중 신안(749곳), 영광(77곳), 무안(16곳), 해남(10곳)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목포(4곳), 진도(2곳), 순천과 보성, 완도 각 1곳에서도 만들어내고 있다. 전남 천일염 생산면적 2588㏊에서 지난 2021년 26만3650톤, 지난해 23만9487톤의 소금을 생산해 냈다. 전남지역 생산업체는 전국의 93%를 차지한다.

어느 시민의 말처럼 “바다생선이나 해산물은 사먹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요리에 들어가는 소금을 어떻게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는 탄식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 고위직 관계자는 국회에 나와 “정제한 물이라면 당장 마시겠다”고 호기를 부리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인 일본 정부에 “중단하라”는 말 한마디도 못하면서 우리 국민들 더러 “괜찮으니 걱정말라”고만 하는 이 상황이 도통 납득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