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데스크칼럼> '빚의 늪' 빠진 지역기업 방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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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 데스크칼럼> '빚의 늪' 빠진 지역기업 방관해서는 안된다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06.15(목) 15:26
최권범 부장
광주·전남 지역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기업부채는 전국 최고 증가율을 보였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은행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부채 증가는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가 깊다.

최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이 내놓은 ‘광주·전남지역 기업부채 현황 및 특징’ 보고서를 보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중 광주 중소기업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25.5%에 달했다. 광주지역 대기업 13.4%보다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증가율이다. 부채규모도 지난해말 기준 16조2000억원으로, 대기업 14조7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남의 중소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18.5%로 대기업 7.2%를 크게 상회했다. 부채규모 역시 지난해말 기준 11조7000억원으로, 대기업 9조8000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많았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를 지급하는 차입금 의존도는 광주와 전남 중소기업 각각 51.9%, 47.7%에 달했으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도 가중되면서 지난해말 예금기관 대출 연체율은 광주 0.35%, 전남 0.30%로, 전년말 광주 0.34%, 전남 0.23%보다 상승했다.

가뜩이나 영세한 지역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지속된 경기불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기업들은 원재료 가격이 치솟아 마진율이 감소하고, 내수와 수출 악화로 매출까지 급감해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제는 한 번 부채의 늪에 빠진 기업들은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취약기업 비중은 광주의 경우 2019년 38.6%에서 지난해 43.2%로, 전남은 31.4%에서 33.4%로 올랐다. 여기에 부채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져 부실우려가 높은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도 광주 19.4%, 전남 15.1%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 이들 기업이 당장 사업장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열악한 경제구조 탓에 광주·전남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기준 광주와 전남의 중소기업 수는 각각 694개, 574개로,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80%를 넘는다. 이처럼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늘어나는 빚은 지역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지역내 일자리 악화는 물론 도미노처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까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게 지역경제의 현실이다.

결국 대응책 마련은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몫이다. 어떻게든 줄도산 사태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당장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펴야 한다. 코로나 기간에 강화됐던 중소기업 지원책도 유지돼야 한다. 물론 옥석 가리기가 전제다. 부실위험이 높은 기업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자금난 해결을 위해 정책자금의 대출만기 연장이나 상환유예도 필요하다. 금융권도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여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육성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기업들 스스로도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고강도 혁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기업 브랜드를 구매하는 등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존폐 위기에 처한 지역기업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역대급’ 지역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를 막기 위한 지역사회 모두의 협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