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이버펑크>'아폴로 키즈' 머스크·베이조스… 우주에선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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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이버펑크>'아폴로 키즈' 머스크·베이조스… 우주에선 누가 이길까
  • 입력 : 2023. 06.15(목) 16:30
60년 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에 깃발을 꽂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는 저물었다. 우주산업의 주역이었던 국가 간 경쟁은 가고, 민간기업끼리 우주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올드 스페이스에서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유인선을 우주로 쏘아 올리며 우주산업 개발 속도를 빠르게 진전시켰다. 소련이 인간을 태운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면(보스토크 1호), 미국은 달에 인간을 보내는 식(아폴로 11호)으로 소련과 미국의 우주 패권 경쟁은 결과적으로 우주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뉴 스페이스 시대. 지난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력과 통신망도 공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대다수 지역의 인터넷 서비스는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시 인터넷 개통 지원을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한 기업에 요청했다. 지원 요청을 받은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스페이스엑스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개통하며 인터넷을 지원했다.

현시대에서 우주 패권은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지 않고 세계 최고 부자들에게 있는 것 같다. 주인 없는 우주를 가져가기 위한 경쟁은 민간기업 간 '쩐의 전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가성비가 있는 싸움처럼 보이진 않는다. 우주산업 규모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약 530조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미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산업(520조)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지만, 세계 1·2위 부자들은 경쟁하듯 우주산업에 올인한다.



이들이 바로 뉴스페이스 시대를 주도하는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이날 기준 세계 부자 1·2위 순)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세계 부자 금메달과 은메달을 다투는 갑부 중의 갑부로 이들의 자산 경쟁은 ‘달나라’까지 확장됐다.

테슬라로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머스크와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베이조스의 꿈은 원래 우주다. 두 인물 모두 지난 1969년 나사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본 충격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든 ‘아폴로 키즈’들이다. 머스크는 “내가 재산을 축적하는 이유는 우주 탐사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베이조스는 대서양 심해에 가라앉아 있던 아폴로 11호의 로켓 잔해를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수거하기도 했다. 두 인물 모두 '찐 광기'다.

결국 이들은 달나라로 가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베이조스가 먼저 2000년 ‘블루오리진’을 세웠고 2년 뒤 머스크가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한다. 현재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엑스는 달에 인류의 전초기지를 ‘먼저’ 건설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부자의 광기에 가까운 우주 패권 경쟁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꿈을 꾸는 두 부자는 친해질 법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이다. 악연은 2004년부터다.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의 창업 초기 단계에서 두 창업자는 우연히 비공식적 자리에서 만난다. 두 CEO는 우주로 보낸 로켓을 재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는데 첫 만남은 유쾌하진 않았다. 훗날 머스크는 당시 만남에 대해 “좋은 조언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베이조스는 대체로 무시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날 식사 자리를 요약했다.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갈수록 나빠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13년 나사가 우주 왕복선 발사대의 임대 사업권을 스페이스엑스에 주면서 촉발됐다. 해당 발사대는 아폴로 11호가 발사된 역사적인 발사대로 당연히 우주 덕후 베이조스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블루오리진은 해당 발사대를 모든 회사가 접근할 수 있도록 전환해달라고 정부에게 항의까지 했지만, 스페이스엑스는 이를 반대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블루오리진은 10년 넘게 투자했지만 신뢰할 만한 우주선을 만들지 못했다… 그들이 5년 안에 나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우주선을 만들어낸다면 발사대를 공유하겠다”며 블루오리진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했고 나사도 스페이스엑스의 손을 들어줬다.

둘의 싸움은 특허 싸움으로도 번졌다. 발사대 분쟁 이듬해인 2014년, 스페이스엑스는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발사된 발사체를 바다에서 회수하고 육지로 이송하는 기술을 사용하려다 블루오리진이 해상 착륙 기술에 대한 특허를 기습적으로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머스크는 해상 착륙이라는 개념은 블루오리진만 생각한 신기술도 아닌데, 블루오리진이 해당 기술에 로열티를 가져가는 것은 과하다며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머스크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블루오리진은 총 15건 중 13건의 특허가 철회되기도 했다.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달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둘의 야망은 갈리고 있다. 베이조스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머스크는 달은 전초기지일 뿐 결국엔 화성으로 인류를 이주시키는 것을 최종 과제로 삼았다. 베이조스는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을 “화성에 거주하려면 1년 동안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거주해보라”며 “그곳은 화성에 비하면 아주 낙원”이라고 그의 계획을 현실 불가능하다고 깎아내렸다.



둘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 나사는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두 번째 인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나사는 달 착륙선 개발 업체로 스페이스엑스를 단독으로 선정했었가 올해 블루오리진에게도 기회를 줬다. 나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달 착륙선 개발에 34억 달러(한화 약 4조5100억원) 지원을 예정하고 있지만 블루오리진은 도리어 나사 계약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초과 비용도 모두 부담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발사체 기술력만 놓고 보면 사실 스페이스엑스가 앞서가고 있다. 이미 스페이스엑스는 주력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는 데까지 기술력이 발전했지만, 블루오리진의 경우, 준궤도(궤도에 준하는) 수준이고 우주까진 나아가진 못해 ‘우주 노크’라는 비아냥도 받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블루오리진의 재정력을 투입한 물량 공세는 무섭다.

대기는 미세먼지로 불안정하고 지상은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린 달과 화성으로 향하는 계획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공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광기 어린 두 부자에게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게 씁쓸하다. 그런데도 두 부자가 서로 싸우며 기술의 진보를 앞당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시대 가장 재미있는 싸움이라는데, 일단은 즐겁게 구경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



글=나스닥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개소녀
편집디자인=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