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인공지능과 짝퉁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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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인공지능과 짝퉁세상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6.19(월) 12:38
김선욱 부국장
얼마전, 챗지피티(Chat GPT)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인물이 있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전북지사를 했다고 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전시장을 지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문재인 대통령은 세종특별자치시장을 지냈다고 답했다. 거짓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알려줬다. 다시 챗 GPT와 대화해 봤다. 이번엔 잘못된 정보를 서비스하고, 돈을 받을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돌아온 답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제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다 보니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환불에 대해선,“서비스 운용사인 오픈에이아이(OpenAI)측에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챗 GPT의 답변에는 ‘정보의 출처’가 없기 때문에 오답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무조건 믿고 받아 쓰다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간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이다. 대표적인 게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기술) 가짜뉴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하얀 롱패딩에 은색 십자가 목걸이를 한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등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와 영상, 목소리가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며 혼란을 일으켰다. 사진 합성을 넘어, 세상에 없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정치적 악용도 언제든 가능하다.

최근 미국 CNN에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오메가는 2021년 11월, 세계 3대 경매사 중 하나인 필립스 옥션이 진행한 경매에서 1957년형 ‘스피드마스터’ 손목시계를 44억원에 사들였다. 박물관 전시 목적이었는데, 다른 오메가 시계들의 부품을 조합해 만든 ‘짝퉁’이었다. 오메가는 자사의 전직 직원 3명이 가짜 스피드마스터 시계를 만들어 경매에 올리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오메가를 만드는 회사 조차 ‘짝퉁’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넘어 허위, 가짜뉴스,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세상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불러온 위험성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태어난 기술이다. 그래서 멈출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기술이다. 인공지능의 개발자는 인간이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