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데스크칼럼>이제는 바뀔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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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데스크칼럼>이제는 바뀔때가 됐다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7.06(목) 13:17
김선욱 부국장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 때가 지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쇄신하고 혁신해야 할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기에 앞서, 혹독한 자기반성을 해야한다. 여기에 오기까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등 민주당의 자위적 구호와 무능이 ‘9할’은 넘는다고 본다. 정부를 견제하고 독주를 막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거대 야당 심판론’이 왜 나오는지 곱씹어 봐야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은 민주당에게 180석 가까운 의석을 안겨줬다. 내년 총선에서도 이 만큼은 달라고 요구할텐데…. 그 말이 통할지 의문이다.
 
쇄신은 자성에서 출발해 국민 신뢰를 되찾는 과정이다. 지금 당 신뢰의 최대 위기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다. 이 사건과 맞물려 있는 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이 문제부터 매듭을 풀지 않으면 쇄신할수 없다는 판단일 게다. ‘위헌 논리’등을 떠나, 변할 때가 된 것이다. 가혹할 정도의 ‘특권 내려놓기’는 지금이 적기다.
 
최고의 쇄신은 공천 혁신이다. 무조건 바꾸라는 말은 아니다. 국민의 요구와 시대 정신에 답하라는 얘기다. 혁신하고 민생을 돌보고, 삶의 위기에 답하고, 대안정당·수권정당으로 가란 말이다. 노쇠한 당을 새롭게 하고, 젊은 피가 수혈되고, 당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다. 상대 당이 싫어서 찍는 정당이 아니라, 정말 찍어주고 싶은 유능한 정당이 되란 말이다. 그러려면 시대 교체, 세대 교체, 미래, 희망을 얘기하는 공천이 돼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이 묻어나야 한다.
 
민주당의 주류는 2000년 16대 총선을 전후해 정치무대에 발을 디딘 386출신(3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이다. 이들의 등장은 젊은 인재 발탁 차원에서 였다.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개혁의 상징이 아닌 기득권의 대상이 돼 있다. 전대협 의장 출신의 한 386 정치인은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6번 출마했다. 4번 당선됐고, 2번 낙선했다. 24년동안 그 지역구는 정치 신인에겐 무덤이었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정치인에게는 불출마 선언이다. 국가 발전에 기여할 실력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이 ‘586용퇴론’의 물꼬를 텄지만, 지금은 막혀있다. 혁신 공천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86세대의 퇴진과 MZ(밀레니얼+Z)세대 대체는 당 쇄신의 큰 흐름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준석·천하람 처럼 대표하는 젊은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올드보이’들이 다시 총선에 나서려고 꿈틀대고 있다. 일부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광주와 전북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능력이 입증된 비례대표 의원들의 재공천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텃밭 출마’는 설득력이 없다.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론’대 ‘정권 안정론’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양당 대결구도가 공고화 될 것 같다. 국정 운영 동력에 힘을 실어주느냐,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냐의 싸움이다. 여기에 제3지대에서 합리적 진보 성향의 신당들이 출현하고 있다. 야권의 중심 축인 민주당의 쇄신이 더뎌지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몇 천 표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선거가 여당대 다수 야당의 다자구도로 치러지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혁신 여부와 선거구도가 맞물려 있는 셈이다. 공천 혁신은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당에 많이 들어오도록 문턱을 낮추는 일 부터다. 20여년 전, 당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재 발탁처럼 말이다. 당내 후보 경쟁력에만 안주해 고만고만한 공천(경선)으로 대충 넘어간다면 ‘폭망한다’는 얘기다.
 
흔히 선거에서 당락을 가르는 요소로 구도와 인물, 이슈, 그리고 바람을 말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 같다. 바람은 인물과 이슈를 타고 일어난다. 여기에 더해, 어느 정당이 더 시대적 요구에 맞고, 국내외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며, 도덕적이고 진정성이 있느냐에 따라 더 강하게 만들어진다. 바람의 진앙지는 바로 유권자다. ‘국민들의 바람’이다. 어떤 당이 ‘국민 바람’에 진실하게 응답할지, 그래서 선택을 받을지는 앞으로 쇄신하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답이 있다. 거듭된 쇄신과 진실함이 쌓이면 바람이 된다. 하지만 쇄신하지 않으면 바람은 없다. ‘바람 없는’ 선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