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웃으면서 실업급여 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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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웃으면서 실업급여 탄다고?
노병하 논설위원 겸 사회부장
  • 입력 : 2023. 07.13(목) 16:30
노병하 부장
 정부·여당이 월 180여만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다룬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현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사람들이 센터를 방문하는데 웃으면서 방문한다.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들은 드물다”고 말했다. 조 담당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 그런 분들은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을 당해서 저희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그런 남자분들 같은 경우”라고 했다.
 조 담당자는 이어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쉬겠다고 온다”며 “실업급여 받는 분 중에 해외여행 간다. 자기 돈으로 일했을 때 살 수 없는 샤넬 선글라스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했다.
 해당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공무원이 국민을 우습게 깔아 뭉개는 발언을 이리 할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정부 여당의 의원인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이 공청회 후 ‘정책이 힘이다-국민의힘이 나아갈 길’ 강연회에서 조 담당자의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긍정적으로 말이다.
 실업급여를 당신들이 내주는가? 노동자의 고용보험에서 나오는 돈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받으러 가는 최후의 복지가 실업급여다. 다시 취업하기까지 비참하게 살지 말라고 주는 돈이다.
 당신들이 어떤 좋은 세상을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몇 달 단위로 일하고 실업급여나 받아 먹을 만큼 만만한 나라도 아니고, 젊은이들은 경력, 이력 지키고자 아등바등하며 ‘사축’소리 들으며 버텨내는 것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실업급여 창구 앞에서 서성이는 것은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비정규직’과 ‘2년 규정’을 만들었기에 2년마다 짤려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면서 웃는다고? 그래, 웃을 수도 있겠다.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또 2년이라는 비정규직의 쳇바퀴를 굴러야 하는지, 경력에 늘어난 이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보다는 당장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을 낼수 있어서, 핸드폰 요금을 낼수 있어서 서럽게 웃을수 있겠다.
 아울러 그 돈 받아서 해외를 가던, 명품 백을 사던 그건 개인의 자유다.
 내가 내 고용보험을 꾸준히 납부하고 받는 복지인데 당신들이 뭐라고 이것을 깎고 말고 하는가.
 더군다나 정부의 실업급여 개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많이 받는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하한선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다.
 내친김에 한마디 더 하자. 왜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많냐고? 월급을 죽지 않을만큼만 주는 사업장이 많아서다. 노동을 착취하고 소모품으로 쓰고 그러다 죽어 나가도 그 자리에 천 덮어놓고 일하는 업장들이 수두룩 해서다.
 제발 부탁이니 정치인이면 표 생각 좀 해라.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내년 총선 앞두고 젊은이들 표로 일어섰다는 여당이 젊은이들을 깎아내리는데 누구한테 표를 달라고 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