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특집>멋·색·향 없던 토란, 곡성대표 빵으로 부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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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획특집>멋·색·향 없던 토란, 곡성대표 빵으로 부활했죠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11)곡성 수상한영농조합 ‘가랑드’
토란 활용 토란만쥬 제품 판매
수수한 재료로 관광상품 만들어
각종 축제 행사장서 인기 최고
곡성 대표 관광상품화 자리매김
  • 입력 : 2023. 07.19(수) 08:54
  • 박간재·김은지 기자
만주 만드는 가랑드 직원들
토란파이만주
토란파이만주
“수상한영농조합법인 가랑드라구요?”

전남농촌융복합센터(센터장 송경환) 김다혜 박사로부터 업체 추천을 받았을 때 되물었던 질문이다.

“프랑스 브르타뉴 남부에서 생산되는 세계 최고 천일염 게랑드는 들어봤는데 가랑드는 무슨 뜻인가요. 또 ‘수상한’ 이라뇨?”

“곡성 토란으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곡성 농촌융복합산업 대표 업체구요. ‘수상한’은 ‘수수한 재료로 상상하지 못했던 먹거리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든 이름이랍니다.”

토란으로 빵을 만드는 데 이토록 어려운 이름을 붙인 연유가 필시 있을 터. 분명 내공있는 ‘강호의 고수’ 작품일 거라 짐작하며 곧바로 곡성으로 차를 몰았다. 내비를 켜니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한번쯤 가봤을 곡성 장미공원길로 안내한다. 회전구간을 돌아 왼쪽으로 향했다. 우측에 ‘가랑드’ 간판이 보인다. 수상한영농조합법인 노계숙 대표가 반갑게 인사한다.

●“가랑드=섬진강가 랑 들판의 합성어죠”

“도대체 가랑드가 무슨뜻이랍니까. 누가, 어떤 연유로 이런 이름을 지었어요?. 수상한 영농조합법인이라니요”

명함도 내밀기 전 급하게 질문을 쏟아냈다.

“네. ‘가’는 섬진강가의 ‘가’이고 ‘랑’은 누구와 함께 할 때 ‘랑’이며 ‘드’는 푸르른 들판의 ‘드’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천일염 ‘게랑드’를 염두에 두고 지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누구 작품인가요?” “곡성출신 남편을 따라 부산에서 시집 온 관광두레 홍수진 PD 작품”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매장에 들어오면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가랑드’ 상호명을 설명하는 내용을 벽면에 걸어놨다.

‘수상한’ 역시 ‘수수한 재료로 상상하지 못했던 먹거리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뜻으로 지었다. 역시 내공이 느껴진다.

●문화관광해설사→곡성대표 먹거리 대표로

노 대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이가 바로 관광두레 홍PD다. 섬진강가에서 나고 자란 노 대표는 2014년 고향 곡성으로 귀촌하기 전까지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했다. 그래서였을까. 설명도 일목요연하다. 그는 관광객들과 곡성을 안내할 당시 “곡성 대표 관광상품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맘이 아팠다. 시원하게 답도 못하고 쭈뼛대는 자신이 한심했다. 영광을 가면 1만원짜리 ‘모싯잎 송편’을, 강릉가면 ‘건오징어’, 경주가면 ‘황남빵’을 사 오는데 곡성에는 그럴만한 대표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섬진강 참게탕’이 있다지만 그건 관광하면서 소비되는 음식일 뿐이다. 그때부터 곡성을 떠나며 구매한 뒤 타지에서 소비되는 먹거리 관광상품이 없을까 고민했다.

기회가 왔다. 지난 2015년 지리산관광개발조합이 운영하는 관광아카데미가 열렸고 그곳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홍수진 PD를 만났다. 그는 홍PD와 만남을 ‘운명적인 조우’라고 표현했다.

“홍PD가 수업을 마칠 무렵 ‘최초의 1인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어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스스로 최초의 1인이 돼야 한다는 말이었더라구요”

강의 중 당시 폭락했던 밤을 접목해 ‘밤기차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고 했다. 홍PD가 “누가 해볼래요?”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노 대표는 “아, 내가 해야하는 거 였구나” 라고 이해를 했다. 비록 밤기차빵이 상품으로 나오진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노대표와 노대표의 언니 노명숙씨, 홍PD가 뭉치게 됐다. 사무실을 구하고 곡성농업기술센터에서 여는 제빵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을 배웠다. 회원 2명을 더 모은 뒤 마침내 2017년 10월 ‘수상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곡성대표먹거리 관광상품 만들기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었다. 관광두레 식음분과 프로젝트 ‘관광두레×마르쉐@’에 참여하며 먹거리 관광상품을 구체화시켰다. 디저트 전문가 정홍연 쉐프 도움으로 그 해 곡성심청축제에 ‘에끌레어(빵 종류)’를 만들어 팔며 시장경험을 쌓았다. 곡성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도 만들어냈다. 토란을 넣어 만든 어묵도 그때 나왔다.

●“갖춰진 것 없어도 곡성대표 관광상품 만들겠다”

곡성 토란은 전국 생산량 70%를 차지하는 대표 농산물이다. 어릴적 비오는 날 작은 우산이 돼 줬던 추억을 활용해 '토란하면 곡성'을 떠올릴 수 있도록 토란빵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 토란파이만쥬다. 겉피는 유기농 흑미를 이용해 껍질까기 전 토란 빛깔과 모양을 페스츄리 형식으로 만들었다. 파이만쥬 안에는 강낭콩 앙금과 토란 당절임, 아몬드가루를 섞어 넣었다. 토란모양을 쏙 빼닮았다. 토란 푸딩과 토란 떡파이도 잇따라 선보였다.

현재 수상한 영농조합법인은 곡성읍에 가랑드 1호점과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1호점은 파이만쥬를 성형하는 일종의 공장 형태다. 곡성 기차마을 건너편 청년들의 낭만 공방거리 골목 초입 2호점 카페는 토란파이만쥬와, 토란푸딩, 토란 떡파이 외 음료를 판다. 다양한 체널을 활용한 온라인홍보 마케팅을 강화하고 생산 공정을 자동화 해 생산성을 높여가고 있다.

1시간 여 얘기를 나눴을까. 손님 서너명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노 대표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하면서 반갑게 맞는다. 가랑드 이름을 지었던 홍수진 PD 일행이다. “가는 길에 들렀다”며 “가랑드 이름을 잘 지었다”고 했더니 그저 겸손해 한다.

노 대표는 판로 확대에도 발벗고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과 SNS를 통한 판촉활동 등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다.

오늘도 노대표는 ‘최초로 발견한 최초의 1인’이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처음부터 어렵게 맘먹고 시작한 사업이라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죠. 그 덕택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곡성을 사랑하는 만큼 떠나지 않고 곡성발전을 위해 받침돌 하나 놓는다는 심정으로 일할 계획입니다.”
가랑드 매장
가랑드
가랑드 설명 액자
박간재·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