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한국판 탈피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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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한국판 탈피오트’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7.25(화) 16:35
이용환 논설실장.
“포탄이 터질 때마다 나도 같이 폭발했으면 한다. 신이여, 우리를 지켜 주소서.” 1973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가 주축이 된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아랍이 벌인 욤키푸르 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은 격렬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19일간의 전쟁에서 미국이 10년 가까이 벌인 베트남전에서 잃은 것보다 거의 3배 더 많은 사상자를 냈다. 대다수 국방시설도 파괴됐다. 수많은 병사들이 숨져간 골란 고원 기갑전투는 지금도 ‘세계의 전쟁’으로 회자될 정도다.

전쟁이 멈춘 후 이스라엘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결론은 전투기나 대포 같은 하드파워에서 벗어나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것이 ‘진짜 힘’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이스라엘의 최정예 부대, ‘탈피오트’(Talpiot)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를 뜻하는 ‘탈피오트’는 소수의 엘리트를 선발해 이들이 군 복무 기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각종 특혜를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전문 장교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목표는 상상을 혁신으로 바꾸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 ‘노력이나 협동이 하드파워의 상징이라면, 소프트파워의 상징은 상상과 도전, 그리고 혁신’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틀을 깨는 사고도 탈피오트가 추구하는 가치다. 과거의 실수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자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로 이어졌고, 정답이 아닌 오답 또한 창의적 발상이 더해져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인터넷 보안 방화벽, 자율주행 드론, 해수 담수화, 원자력 특허 등이 탈피오트가 만든 국방 기술의 산물이다. 체크포인트, ICQ, 에코랩 등 전 세계를 이끄는 혁신기업을 만든 이들도 대부분 탈피오트 출신이다. (제이슨 게위츠 저 이스라엘 탈피오트의 비밀)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국판 ‘탈피오트’ 설립을 위해 국방과학기술사관학교 설치법안을 이번 주 대표 발의키로 했다.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해 첨단 과학기술의 ‘진짜 힘’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첨단 기술의 뿌리는 탈피오트를 중심으로 하는 군대다. 사이버 보안부터 디지털 헬스나 가상현실(VR)까지 군대에서 사용했던 기술을 상업화시킨 스타트업도 1만여 개에 육박한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 피할 수 없는 숙제로 남아있는 우리 군, 그곳을 첨단기술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혁신적 사고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