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2월4일 서울 강서구 영산파 조직원 10여명이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했던 광주 동구 신양OB파 조직원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이중 2명을 숨지게 한 사건 당시 서울 강남의 뉴월드호텔 모습. 광주지방검찰청 제공

보복살인으로 광주 동구 조직폭력배(신양OB파) 조직원 2명을 살해한 이른바 ‘강남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범인이 29년만에 붙잡혔다.

해당 혐의자는 범행 후 중국으로 도망가 공소시효를 넘기려했으나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살인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994년 조직폭력배 간 보복살인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구속기소한 서모(55)씨를 밀항단속법위반죄로 추가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광주지검에 따르면 전 서울 조직폭력배(강서구 영산파) 행동대장이었던 서씨는 1994년 12월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뉴월드호텔 앞에서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했던 광주 조폭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이중 2명을 숨지게 했다. 앞서 1991년 10월7일 광주 조폭들이 서씨네 조직원을 살해하자 보복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후 서씨와 공범 1명은 도주하고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10명은 모두 검거돼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에 이르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서씨는 군산에서 한 선박을 타고 중국으로 도망쳤고 지난해 3월 귀국하며 중국 심양 영사관에서 “2016년에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자수해 밀항단속법위반으로 송치됐다.

1994년 12월4일 서울 강서구 영산파 조직원 10여명이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했던 광주 동구 신양OB파 조직원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이중 2명을 숨지게 한 사건 당시 서울 강남의 뉴월드호텔에서 흉기(빨간원)가 발견된 모습. 광주지방검찰청 제공

그러나 광주지검은 서씨의 주장에 수상함을 느끼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완수사를 한 결과 2016년이 아닌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03년에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2016년에 중국으로 도망쳤다면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노려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은 서씨가 범행 후 공소시효 완성 이전 시기에 중국으로 밀항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서씨와 관련자 15명의 약 27년치 계좌를 추적 및 분석하고, 공범의 14년치 교도소 접견녹취록을 분석하는 등 집중 수사 끝에 서씨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이다.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2003년에 밀항했다면 자동으로 시효는 중단될 뿐더러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짐에 따라 광주지검은 서씨를 지난달 28일 살인죄로 구속기소했다.

26일 광주지방검찰청은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주범인 정동섭(55)씨를 공개수배했다. 광주지방검찰청 제공

이와함께 광주지검은 서씨와 공범인 정동섭(55)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정씨는 나주지역 조직폭력배(영산파) 소속 조직원으로 당시 행동대장으로 활동했으며 서씨와 함께 광주 조폭 조직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있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현재까지 정씨의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공개수배를 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1994년 백주대로에서 잔혹하고 끔찍한 범행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도주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혹시라도 정씨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거나 단서를 접하게 된다면 지체없이 광주지검 주임검사실(062-231-4751~54)이나 당직실(062-231-4290)로 연락을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