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빈 기자 |
승격 직후 1부리그 상위권을 노리고 있는 광주FC의 돌풍을 바라보면서도 마냥 기분이 편치 못하다. 이정효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인터뷰를 들을 때마다 문득 싸이(PSY)의 노래인 ‘아버지’의 가사가 떠올라서다.
광주FC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26라운드를 마친 현재 10승 8무 8패(승점 38·득점 33)로 5위에 올라있다. 6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4위인 FC서울(득점 46)과는 승점이 동률이고, 3위인 전북현대(승점 41)를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K리그1 상위 3개 팀에 주어지는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노릴 수 있는 위치인데, FA컵 우승 팀이 K리그1 3위 이내에 들 경우 4위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창단 후 첫 국제선 원정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광주FC의 호성적을 두고 현장에서는 기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열악한 훈련 인프라 탓인데 광주는 최근까지 광주축구센터와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축구전용구장까지 3개의 천연잔디구장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메인 훈련장인 축구센터가 배수 불량 등 하자로 인해 진흙화되면서 잔디 생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임에도 월드컵경기장과 축구전용구장은 원활한 대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어렵사리 월드컵경기장과 축구전용구장을 대관하더라도 시간 제한과 잔디 보호 등의 이유로 선수단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이 집단으로 눈병에 감염되고, 토마스는 마른 잔디에서 부상을 입어 6주간 이탈하기도 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티모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이 주장인 안영규와 함께 이정효 감독을 찾아 훈련 여건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감독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사과뿐이어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사정들을 최근 이정효 감독과 정호연 등 선수단이 토로하고 나서면서 본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 매체들에서 다뤄졌고, 천만다행으로 광주시의 적극적 대응으로 급한 불을 껐다.
광주시가 광주시체육회와 구단까지 삼자대면 자리를 마련하고 월드컵경기장 및 축구전용구장의 개방과 함께 축구센터 전면 재조성을 곧장 시작키로 한 것이다. 또 현재 천연잔디 1면과 인조잔디 1면을 모두 천연잔디로 교체하고 축구센터 내에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신설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정효 감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포항스틸러스와 26라운드 원정 경기 후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며 “선수들이 기본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전했다.
또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해야 한다. 계획만 잡아서는 절대 안 된다”며 “계획은 아무나 세우지만 누구나 실천할 수는 없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개선이 빠르게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팬들이 꾸준히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갖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주도권 축구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이어지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젠 나와 같이 가요”의 가사를 광주시민들이 함께 외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