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롤렉스’(ROLEX)’는 사실 무의미한 철자의 조합이다. 1905년, 스물 네 살의 한스는 런던에 시계 유통 회사를 설립한 뒤, 알파벳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조합을 해 봤지만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1908년 마차를 타고 런던을 달리던 중 갑자기 ‘롤렉스’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이를 회사 이름으로 결정했다. 롤렉스의 상징인 5개 기둥의 왕관 로고도 롤렉스의 공식 인증은 아니지만 ‘장인의 손을 형상화하고 시간을 지배하는 주인공’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캐치프레이즈도 ‘변치 않는 탁월함의 상징’이다.
롤렉스는 다른 면에서도 시대를 만든 선구자 가운데 하나였다. 회중시계가 대세였던 당시, 누구도 눈을 돌리지 않았던 손목시계에 뛰어들고, 방수의 필요성마저 없던 시기 방수시계를 준비한 것도 혁신적인 손목시계를 만들겠다는 롤렉스의 비전이 만든 성과였다. 완벽함과 정확성에 대해서는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고, 최고를 만들겠다는 장인 정신도 시계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우리는 최초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롤렉스 시계는 세계 유일의, 그리고 최고의 시계가 되어야 합니다.”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의 이야기다.
최근 한 언론이 70년 넘은 롤렉스 시계를 공식 서비스 센터에 맡겼다가 시계가 영구 손상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수리 과정의 잘못도 은폐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경악할 일이다. 롤렉스의 가치는 품질에 앞서 성공이라는 상징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함과 장인 정신에 대한 약속 또한 자부심을 안겨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오직 기술로만 승부하겠다는 철학, 지금까지 쌓아온 유산마저 무시한 롤렉스의 행태가 100년을 넘게 지켜온 롤렉스의 명성을 흔들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