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광주시립오페라단 스튜디오에서 윤병길 테너가 오페라 ‘박하사탕’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
영화 ‘박하사탕’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가? 중년의 남성 ‘영호’는 달려오는 기차를 마주 보고 절규하면서 이렇게 외친다. 영화 애호가들의 가슴에 길이 남은 명대사다. 윤병길 테너가 표현한 오페라 버전 대사에는 영화보다 더한 강렬한 분노와 공포가 담겨있다. 윤 테너는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 ‘박하사탕’에서 영호 역을 맡아 9월 5일과 6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잔디광장 야외무대에서 열연한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제13회 정기공연이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공연에 앞서 지난 28일 이건용 작곡가와 구모영 예술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긴장감 넘치는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오페라 ‘박하사탕’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2000년)’을 원작으로 지난 2019년 초연한 작품이다. 매년 공연을 이어와 올해 5차 공연을 앞둔 한국 오페라 스테디셀러다.
특히 오페라 ‘박하사탕’은 국내에서 영화를 원작으로 작품을 제작한 첫 사례로 무비라(무비+오페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 음악계의 거장인 이건용 작곡가가 노래를 만들고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가 대본을 집필하면서 음악, 한글 가사가 돋보이는 창작 오페라가 탄생했다. 이번 5차 공연에서는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구모영이 예술감독과 지휘를 맡았으며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 등에서 활동해온 연출가 이혜영 함께한다.
작품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원으로 광주에 투입된 한 남자 ‘영호’의 파멸과 사랑을 그린다. 동시에 학살의 현장에 죽음과 공포를 넘어 생명을 나눈 사람들에 집중한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영호의 삶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지만, 오페라 작품에서는 영호의 첫사랑인 ‘순임’과 영호의 아내 ‘홍자’, 5·18 당시 실종된 딸을 찾는 어머니 ‘화순댁’,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전하는 ‘함지박’ 등 다양한 여성 캐릭터의 서사에도 집중했다.
구모영 감독은 “어두운 과거를 조명해 밝은 미래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중간 장면에 극적 몰입을 더 하는 요소와 장치를 마련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건용 작곡가는 “오페라 ‘박하사탕’는 원작에 없는 여성캐릭터를 강조했다. 또 원작에 드러나지 않는 옛전남도청 앞 하이라이트 장면도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는 테너 윤병길(전남대 교수), 소프라노 김현희·김샤론·홍예원, 메조소프라노 김향은·정세라·임지현·안주랜, 바리톤 나건용·최병혁·이하석, 베이스 한혜열 등 명실상부 최고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사)카메라타전남 오케스트라와 아르티 합창단도 힘을 보탠다.
공연은 전석 무료다. 관객의 편의와 객석 운영을 위해 사전 예매를 진행한다. 좌석은 비지정석이며, 예매는 광주예술의전당(http://gjart.go.kr)과 티켓링크(ticketlink.com/1588-7890)를에서 가능하다. 피크닉석 또한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라 시민들은 돗자리를 지참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야외공연이 불가능한 우천시에는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으로 장소를 변경해 공연이 진행되니 사전에 홈페이지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