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하얀색 수녀복’은 “악을 멀리한다” 의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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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하얀색 수녀복’은 “악을 멀리한다” 의지 표현
(215) 색채와 성격 그리고 시대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3. 09.12(화) 13:08
●성격 진단법과 성향

미국 미술사학자이고 색채학자인 비렌(Birren, Faber, 1900년~1988년)은 사람의 색채 성격 진단법을 연구하는데, 하얀색 또는 회색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때때로 좋아한다. 정상인들이 이 색을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다.

피스테르(Pfister)는 사람의 색채 성격 진단법을 연구하였는데, 하얀색 또는 회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신 분열 기질이 있다.

비렌(Birren)은 직업(職業)적으로 색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사교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명도가 높고, 강한 채도의 중간 대비를 좋아한다. 색으로는 하양, 금색, 은색, 빨강, 보라, 검정이 나타난다.

하얀색의 장점으로는 양호함, 많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고, 이해력도 있다. 하얀색의 단점으로는 외로움을 제일 싫어한다. 특히 이 색을 애용하는 사람은 타협하지 않고,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분골쇄신 노력하는 특징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남성이 마음에 든 여성에게 프러포즈할 때 하얀 손수건으로 표시했다. 손수건 색깔에 따라 각기 뜻이 달라지는데, 하얀 리넨 손수건은 ‘섹스에 대한 일시적 혹은 지속적인 무관심’을 뜻한다. ‘하얀 여인’은 임신의 영(靈)이다. 은밀히 사랑을 나누던 남녀가 하얀 여인을 만나면 ‘축복’을 받고 여자는 임신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색채와 시대

미의 규범은 각 종족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종족의 아름다운 특성이 다른 종족에게 추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백인은 하얀 피부를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하지만, 흑인에게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고대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의상인 토가(Toga)는 색깔에 따라 신분이 나타나는데, 프래텍스타(Praetexta), 칸디다(Candida), 픽타(Picta)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프래텍스타(Praetexta, 흰 천에 붉은 자색 테두리를 장식한 토가)는 집정관이, 순백색의 칸디다(Candida)는 장래에 관리가 될 사람이 착용했다.

로마 연극 의상에 의하면, 노인은 오래 살기 위해 상징적인 복장으로 하얀색 옷을 입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꿈을 꾸기 위해 하얀색 옷을 입었다.

중세에 성모 마리아 숭배 사상이 절정에 달했을 때, 수녀들이 마리아의 순결을 따른다는 의미로 입은 하얀색 수녀복도 악을 멀리한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었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의 『동방견문록』에는 색채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타르타르 인들은 하얀색 옷을 입었으며, 하얀색은 행운을 상징한다.

과거 제정 러시아에서는 이념의 색을 8가지로 나누었는데, 과거 제정 러시아의 정통성을 인정하면서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하얀색으로 분류되었다.

봉건시대 포고 관리들은 문장(紋章)의 상징색을 9가지로 사용하였는데, 하얀색이나 은색은 신의와 순결을 상징한다.

제임스 라버(James Rover)는 성직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는데, 넥타이를 매지 않는 가톨릭 신부는 ‘상징적으로 거세’되었다는 의미이다. 하얀 넥타이를 매는 목사의 경우에는 ‘성적 능력은 있지만 순수’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

서양에서 기독교 성직자들이 입는 하얀색 옷은 고결, 결백, 순결, 성결을 상징한다. 기독교 신화에서 천사는 피부가 하얗지만, 아프리카 화가들은 악마를 하얀색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인디언들 사이에서 하얀색은 추한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