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특집>1000년 역사 간직 딸기, 유럽 최고 브랜드 명성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지역이슈
[전남일보] 기획특집>1000년 역사 간직 딸기, 유럽 최고 브랜드 명성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16)벨기에 웨피옹 딸기박물관
1880년대부터 본격 재배
1950년 60% 생산 황금기
논산, 한국 최대 생산지 소개도

주민합심 딸기박물관 조성
그림·만화·사진.우표 등 역사 조명
130년 딸기 역사 자부심 커
  • 입력 : 2023. 09.13(수) 10:15
  • 글·사진=벨기에 웨피옹 박간재 기자
딸기박물관 앞 체험장
딸기 사진
딸기체험장
  “대한민국 충남 논산이 최대 딸기 생산지로 전국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딸기 주산지로 유명한 벨기에 남부 나무르주 웨피옹 딸기박물관. 딸기박물관 업무 담당자 에바 더 그라베씨가 전세계 딸기 재배 현황판을 보면서 “한국은 충남 논산이 대표적인 딸기 생산지”라고 설명한다. 담양 죽향, 설향 딸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논산이 국내 최대 딸기 생산지라는 걸 역설적이게도 이국땅 벨기에에서 처음 알았다.
 그 1000년의 재배 역사를 가진 웨피옹 딸기박물관으로 향했다. 브뤼셀에서 2시간 이상 달려 도착한 웨피옹 마을은 한적한 시골 모습 그대로다. 도로가에 있는 아담한 2층 건물이 보인다. 건물 중앙에 빨간 딸기 문양이 걸린 걸 보니 딸기 박물관임을 알겠다. 세계적으로도 최고 딸기 브랜드를 자랑하는 곳이다. 에바 더 그라베씨가 박물관 내부를 설명해 주겠다고 나선다.
 ●130년 역사의 딸기마을, 유럽 최고 브랜드 명성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웨피옹 딸기가 이곳에서 재배되시 시작한 때는 1709년부터다. 이 지역 역시 딸기 덕분에 네덜란드, 프랑스로 알려졌다. 이후 1880년대부터 널리 재배되기 시작했다. 1920년대 중개 상인이 등장하며 생산자 조직이 만들어졌다. 1933년부터 딸기만을 취급하는 식료품점이 운영됐으며 비로소 딸기 생산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딸기 재배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1950년대세수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포기하는 농가가 늘었다. 이후 헐값 매입 등 중간상인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딸기 농가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유통에 뛰어들었다. 1930년대 500㏊에 달하던 벨기에 딸기 재배지 가운데 300㏊가 웨피옹 지역이었다. 1950년대 벨기에 딸기 생산량 60%를 차지할 정도로 웨피옹 딸기가 황금기를 구가했다. 현재는 딸기 고품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전세계 딸기 재배농가들의 딸기박물관을 찾는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의 장소→삶의 장소로 바꾼 ‘딸기박물관’
 1970년 건립된 딸기박물관은 웨피옹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기억의 장소’, 주민들의 삶을 반영해주는 ‘삶의 장소’이면서 마을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됐다.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로 이뤄진 자원 봉사자들은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부심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딸기박물관은 딸기 재배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이 과거 어떤 경제활동을 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역 문화유산을 발견하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웨피옹의 역사가 왜 딸기로 집약되는지 쉽게 알 수있도록 조성해 놨다.
 박물관은 3개의 테마로 구성된 방으로 이뤄져 있다. 딸기 재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림과 만화로 설명해 놓고 있다. 다소 투박하면서도 세심하게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벽에 걸린 지도, 그림, 사진 등이 여러 시대에 걸쳐 변모해 온 웨피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옆 칸으로 가니 딸기가 어떻게 재배되는지, 필요한 기구는 무엇인지 등 딸기 재배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딸기 관련 서적이 보관된 2층 도서관, 딸기잼이나 사탕, 그릇 등을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다.
 전시실은 매년 주제를 바꿔 특별전시를 한다. 2010년 브뤼셀과 왈로니지방 관광진흥사무소가 마련한 ‘2010 왈로니 만화제-만화와 우표 속의 딸기와 여우’ 전시회 당시 작품도 걸려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입구 판매숍에서 잼이나 주스, 시럽, 술 등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딸기 박물관은 전시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짜리 교육(애니메이션)과 퍼즐 등 체험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딸기 원물, 유통시장 거쳐 제조·가공식품 변신
 웨피옹 마을은 딸기를 1차 농산물 판매, 2차 가공식품과 유통, 3차 교육문화서비스로 복합산업화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는 대표 선진 사례다. 토양과 지형, 일조량 등 우수한 재배환경 덕택에 웨피옹 딸기가 벨기에 최고의 딸기로 자리매김 됐다. 생산된 딸기는 ‘웨피옹 경매장’을 통해 유통된다. 딸기만 취급하는 유일한 경매장이다. 이곳에 가면 다양한 딸기 품종, 생산과 상업방식, 판매점, 각종 요리법, 계절작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 초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유통된 딸기는 벨기에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팔려 나간다. 딸기 생산이라는 1차산업을 경매장을 통해 딸기 유통이라는 2차산업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지다. 원물 딸기는 딸기잼, 딸기주스, 딸기술, 딸기 시럽 등 특산물 가공으로 이어진다.
 ●위기극복 유럽 최고 브랜드 우뚝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웨피옹 딸기는 여전히 벨기에 최고 딸기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최적의 딸기 재배조건과 잘 관리된 품질, 경매장을 통한 유통시스템, 130년 최고급 딸기 생산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딸기박물관 맞은편으로 가니 시험용 딸기재배지가 보인다. 주민들은 내년 수확할 딸기 재배를 위해 토양 등을 가꾸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전세계 최고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이어가는 웨피옹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의연해 보인다.
 웨피옹 마을의 성공 요인은 정부 정책과 지원도 있었겠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사업참여와 상호협조, 마을 구성원간 신뢰도 형성, 유능한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사진=벨기에 웨피옹 박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