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이집트 왕 파라오의 ‘하얀색 왕관’ 지배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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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이집트 왕 파라오의 ‘하얀색 왕관’ 지배 상징
(216) 색채와 시대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3. 09.19(화) 13:40
●색채와 시대

상복의 색은 종교적 관념에 따라 달라진다. 사후의 세계에 대해 초점이 맞췄던 초기 기독교인들은 장례식에 하얀색 옷을 입었는데, 그들에게 죽음은 부활의 축제였다. 기독교에서는 죽은 자에게 부활을 위해서 하얀색 수의를 입혔고, 신이 보낸 죽음은 하얀색 옷을 입고 있다. 불교처럼 죽음을 완성하는 길로 이해하는 종교의 상복은 검은색이 아니라 하얀색이다.

‘화이트 타이(white tie)’는 연미복을 입고 오라는 국제적인 무도회 초대장의 문구이다. 연미복에는 언제나 하얀색 나비넥타이를 맨다. 연미복에 검은색 나비넥타이는 웨이터 복장이다. 귄터 그라스(Gunter Grass)는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식 때 연미복에 하얀색 조끼와 하얀색 나비넥타이를 맸다.

우리나라의 꿈해몽에 있어서, 하얀색이 나타나는 꿈은 공적, 노력, 명예, 상담, 선악의 분별을 암시한다. 이 꿈은 결벽이나 엄격 그리고 순결을 암시한다.

●색채와 고대 이집트

이집트인의 문자는 신성문자(Hieroglyph)라고 하는 그림문자인데, 그 후 차츰 발달하여 표음문자를 사용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약자로 만들어졌으며, 파피루스(papyrus)라는 풀의 줄기로 만든 종이에 갈대의 펜과 유연(油煙)으로 만든 잉크로 기록하였다.

고대 이집트 왕 파라오(Pharaoh)는 ‘Upper Egypt’의 지배를 상징하기 위해서 하얀색 왕관을 썼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민족을 4가지 종류의 색채로 인정하였는데, 하얀색은 지중해 인종으로 구분하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연의 4가지 원소인 흙, 공기, 불, 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얀색은 물을 상징하고, 계절은 가을, 방위는 서쪽, 죽음을 의미한다.

로마 시대에 하얀색은 냉정과 평화 그리고 항복의 표시로 사용되었다. 고대 그리스신화 중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황금 전차는 백조가 끌었다.

콘크라베(Conclave)는 교황을 뽑는 의식인데, 이 의식은 ‘함께’라는 뜻의 ‘콘’과 ‘열쇠’를 의미하는 ‘클라베’의 합성어이다. 특히 새 교황이 결정되면 하얀색 연기를 내보낸다.

고대 중국인들은 토성이 희고 둥글게 보이면 국상과 한밭이 닥쳐올 것이라고 믿었다.

●색채와 인도

기원전 7세기에 브라만교를 배척하고, 제식보다 지식을 중시하는 범아일체를 주장한 힌두교 철학서인 우파니샤드(Upanishad)에는 색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하얀색은 물의 색이며, 옛날부터 이것을 알고 있던 족장(族長)들과 신학자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것, 느껴보지 못한 것, 알고 있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우파니샤드 철학자들은 인간의 몸속에 히타(Hita)라는 핏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수천 갈래로 갈라져 있다. 그 속에는 하얀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