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e스포츠 산업 흥망, 게임에 대한 인식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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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e스포츠 산업 흥망, 게임에 대한 인식에 달려”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 <9>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e스포츠에 대한 도민들 인식 보수적
인식개선 교육·선수 발굴 및 육성 힘
30일 무사증 제도 활용 정체성 세워
전지훈련장 건립으로 관광효과 노려
  • 입력 : 2023. 09.26(화) 17:10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지난 7월30일 제주 서귀포시 천지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귀포e스포츠한마당’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이 중계되고 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지난 5월28일 제주 한 PC방에서 ‘제주e스포츠챌린지’ 2차 대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카트라이더 게임을 즐기는 모습.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공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e스포츠의 위상이 날로 굳건해지고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장벽 없는 스포츠’다.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오락, 게임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제주는 광주를 포함해 부산, 대전 등 지자체들과 비교해 최근에야 e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보인 곳이다. 지역민들의 보수적인 시선 탓에 시작이 늦어졌지만, 지역의 특성을 살려 ‘제주 e스포츠’만의 정체성을 굳건히 세워 나가겠단 의지다.

●인식 개선·선수 발굴 총력

제주도민들에게 육지 사람은 외부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들(외부인들)의 세계’라는 측면에서 비슷했다. 이런 인식 탓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 2019년 ‘e스포츠 경기장 공모 사업’도전을 시작으로 다소 뒤늦게 e스포츠 산업에 발을 들였다.

2021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을 갖춘 ‘칸(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코치·김동하)’은 제주 출신 프로게이머다.

e스포츠 불모지인 제주 입장에서는 e스포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현재 진흥원은 ‘제2의 칸’을 발굴하고 육성해 내겠다는 목표로 ‘e스포츠 챌린지’, ‘e스포츠 오디션’ 등을 개최하고 있다.

송명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영상산업팀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0년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다가, 관련 분야 종사자들만 찾아 듣는다는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했다”며 “부모들이 자녀들과 한 팀이 되어 즐기다 보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허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e스포츠 챌린지’를 총 3차에 걸쳐 진행했다. 처음엔 가족 단위 신청을 받다 보니 참여자가 저조했지만, 성년-미성년으로 신청 기준을 바꿔서 점차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대회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선수 등록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처음으로 ‘e스포츠 오디션’을 열었다”며 “1년에 한 종목씩 매년 5명의 프로 선수를 발굴하고, 다음 연도엔 해당 선수들 대상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골자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프로구단 입단)는 보이지 않지만, 팀 게임 속 유능한 개인을 선발해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제2, 제3의 칸을 발굴·육성해 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에는 제주도e스포츠협회와 공동주관한 ‘2023 서귀포 e스포츠 한마당대회’도 열렸다. 제15회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KeG대회)에 참가할 제주지역 대표 선발전이었는데, 당시 ‘칸’의 팬 사인회가 열려 e스포츠 미래인재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학생 대상 홍보방식도 기존 SNS 위주에서 탈피, 교육청과 학교 측 협조를 받아 교내 동아리 개설을 지원하는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오는 11월에는 제주도 최초로 교육감배 e스포츠대회도 열린다.

●관광도시 이점 활용

제주는 2019년 ‘e스포츠 경기장 공모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쓴맛을 봐야 했다. 인구 100만 이상의 광역시들과 경쟁을 하기에는 70만 인구 제주도의 몸집이 너무 작았다. 무엇보다 e스포츠 경기장 건립 이후 활용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다수였다.

진흥원은 제주도 e스포츠 산업의 정체성 확립을 첫 번째 과제로 설정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꾸려 수차례 정책회의 등을 개최했다.

그 결과 나온 답은 ‘부트캠프(boot camp)’.

군대의 신병훈련소를 뜻하는 말로, 관광도시의 이점을 살려 ‘e스포츠 전지훈련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제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30일 무비자입국(무사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각국의 e스포츠 선수들이 방문해 훈련하면서 관광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송 연구원은 “외국인 무사증 제도를 활용한다면, 특히 중국과 동남아 쪽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국 선수들이 체류하는 과정에서 관광 효과는 물론이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관련 콘텐츠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또 이 지점을 연결해 전문 방송인 등 관련 직업군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트캠프 사업에 약 1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도지사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성공의 열쇠는 ‘인식 개선’이다.

송 연구원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인식 개선에 있고, 그 출발점은 가정이라고 본다”며 “현재 가족 단위의 1박2일 ‘e스포츠 캠프’를 구상 중이다. 내 자녀, 내 부모와 함께 즐기는 과정을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저절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e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99%는 남성이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20.8세다. e스포츠 산업의 현실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려주는 지표”라며 “뒤늦게 발을 뗀 제주 e스포츠 산업 역시 인식 개선을 통한 저변 확대에 그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