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이상한 나라의 조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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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이상한 나라의 조계현
한규빈 문화체육부 기자
  • 입력 : 2023. 10.10(화) 17:22
지난 8일 막을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에서는 총 네 명의 한국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음에도 단체전에서 서창완을 제외한 전웅태와 이지훈, 정진화만 금메달을 수여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규정 변경이 이뤄졌던 탓인데 4명이 출전해 각각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었으나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결국 한국 4명 중 가장 순위가 낮았던 서창완이 메달을 받지 못했다.

반면 야구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메달을 받은 선수가 두 명 나왔다. KIA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과 두산베어스 투수 곽빈. 최원준과 곽빈은 각각 종아리 부상과 담 증세로 출전이 무산됐다.

물론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이들의 노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최원준과 곽빈 모두 각자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뒀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에 항저우까지 간 것이다.

다만 최원준을 굳이 항저우까지 동행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과 류중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소집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지난달 22일, KIA타이거즈 투수 이의리를 대신해 롯데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를 발탁했다.

하필 이의리가 교체 전날 한화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난타당한 뒤여서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KBO는 보도자료를 통해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결국 부상이 아닌 부진이 이유라는 것을 애써 돌려 말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 직후 부상을 당한 최원준은 다른 사례로 남게 됐다. 최원준은 출국 직전인 지난달 27일 훈련 과정에서 타구에 맞아 종아리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가 아닌 항저우 동행이 결정됐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항저우로 향한 최원준은 결국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는데, 곽빈과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단순 담 증세였던 곽빈은 근육 이완제 등을 처방받으며 어떻게든 치료가 가능한 상태였지만 최원준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원준은 귀국 후 구단 지정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좌측 종아리 근막 및 근육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다. 재활 기간은 6~8주 가량 예상돼 이미 타구에 맞은 시점에서 시즌 아웃이 확정됐던 것이다.

최원준과 이의리의 원 소속 구단인 KIA타이거즈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100구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된 투수는 명단에서 제외됐고, 경기에 나서지 못할 부상을 입은 외야수는 항저우에서 방치됐다.

이어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지민이 병역 면제 혜택,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최원준이 25일의 FA 등록 일수를 인정받았지만 다른 잣대로 인해 선수의 몸은 보호받지 못했음이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