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서 코로나로 인한 격리…또 하나의 예술적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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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북경서 코로나로 인한 격리…또 하나의 예술적 영감”
광주·전남 대표 중견작가 ‘용의 여인’ 박소빈
용띠해 내년 베니스비엔날레서 초대 개인전
끝없는 문자 드로잉…수행적 주술의미 확장
  • 입력 : 2023. 10.16(월) 17:31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박소빈 작 ‘I see you, Um Ma’.
한국인 최초로 중국의 대표 현대미술관인 금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던 지역 출신 박소빈 작가가 내년 4월 베니스로 향한다. 제60회 2024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인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장작 8개월간 베니스의 중심지인 산 마르코 광장 인근의 산비달아트센터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기 위해서다. 설화 속 용과 여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대형 연필 드로잉으로 주목 받아 ‘용의 여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박 작가가 2024년 용띠 해에 선보이는 전시다. 국내에서의 전시 일정 조율을 위해 잠시 고향 광주를 찾은 박 작가는 지난 12일 남구 양림동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과 변화된 작품 세계관에 대해 말했다.

박 작가는 베니스 개인전에 앞서 오는 18일부터 11월 22일까지 뉴욕 텐리(TENRI)문화관에서 개인전 ‘PICTOGRAPH TO SIGN(픽토그래프 투 사인)’을 여는 등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나선다. 특히 텐리문화관은 박 작가가 2007년 11월 뉴욕에서 처음 개인전을 치른 장소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전시 큐레이션을 탈리아 브라초포울로스(존제이대학 교수) 기획자가 맡았는데, 그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안정적인 뉴욕 진출이 가능했다. 벌써 뉴욕에서의 다섯 번째 전시이도 한 박 작가의 이번 개인전 역시 탈리아 기획자와 인연이 닿았다. 16년만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획자와의 만남으로 개인전을 갖게 된 셈이다.

박소빈 작 ‘Be alive’.
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19 시기 박 작가의 격리 경험을 그녀 특유의 연필 드로잉으로 녹여냈다. 북경 등 해외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 작가는 코로나19 시기 무려 다섯번이나 격리된 적이 있었다. 최대 28일까지 이어졌던 격리기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림에 대한 절실함’이었다. 화폭에 갑골문과 같은 기호화된 문자를 주술 하듯이 빼곡히 적어 내려갔다. 어쩌면 예술가로서 필연적으로 맞닺트린 수행의 시간이었다.

박 작가는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됐던 시기,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본능을 주술 하듯 써 내려갔다”며 “무의식의 감정과 메시지를 표현한 글씨다. 끊임없이 써 내려간 문자도에는 인간사의 희노애락이 담겨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된 6m 대작을 포함해 250×180㎝ 크기 3점, 10호 크기의 작은 드로잉 10점 등을 전시한다.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입주작가로 국내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듬해 2007년 첫 뉴욕 전시를 끝내고 2009년 뉴욕 브루클린의 보스 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갔다. 중국에서의 작품활동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박 작가는 2011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레지던시에 선정돼 중국에 진출했다. 2017년 한국인 최초로 금일미술관에서 전시를 연 것을 계기로 홍콩과 텐진, 런던, 청두에 진출했다. 박 작가의 넓은 활동 무대 반경은 코로나19를 만나면서 고비를 마셨다. 하지만 오롯이 홀로 견뎌야 했던 예술가의 시간은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이 된 셈이다.

이번 전시는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산비달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세계적인 미술축제, 베니스비엔날레와 함께 하는 한국인 작가의 개인전은 드문 사례인만큼 ‘박소빈’ 이름을 더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산비달아트센터는 펠리스 카레나를 비롯해 버질리오 귀디, 브루노 사에티, 사베리오 람핀, 조르지오 드 시리코, 카를로 카레이 등 유수의 예술가들이 거쳐간 공간이다. 산비달아트센터에서의 출품작은 아직 미정이지만 박 작가의 진화과정이 담길 작품 등 대작들이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작가는 16일 텐리문화관 개인전 준비로 다시 뉴욕으로 출국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