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럼피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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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럼피스킨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3. 11.06(월) 17:30
최황지 기자
최근 전국의 한우농가를 덮친 럼피스킨(Lumpy Skin Disease)은 올해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감염병이다.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사태를 극복했을 무렵, 한국에선 전례없던 럼피스킨이 축산 농가를 덮쳤다.

소 피부에 덩어리진 작은 결절들이 발생하는 피부병이라는 뜻의 럼피스킨은 1929년 잠비야에서 처음 보고된 아프리카 고유의 질병이었다. 풍토병이던 럼피스킨은 국경을 넘어 1989년 이스라엘, 2015년 유럽의 남동부까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최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한 럼피스킨은 청정구역이던 대한민국에서도 최초로 감염 사례가 나왔다.

럼피스킨은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뒤, 경기·인천·강원 그리고 전남까지 무서운 속도로 확산했다.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아프리카와 중동에 이어 동아시아에서도 럼피스킨이 유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올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전세계 축산 동향을 분석하면서 국내 ‘럼피스킨’의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전염병 유입 방지를 위해 발생국으로부터 가축 수입을 차단하고, 해외 여행객들의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신종 감염병의 출몰에 무방비한 인류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럼피스킨 발생 이후 부랴부랴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주사법이 까다로운 이유로 농장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백신 접종과 함께 중요한 차단 방역 또한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럼피스킨은 지금도 시·도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다.

럼피스킨은 ‘폭스 바이러스’(poxvirus)과에 속하는 감염병이다. 럼피스킨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닌 가축감염병으로 ‘가축’에게만 전염된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불행한 건, 폭스 바이러스류에는 인간 또한 감염될 수 있는 두창바이러스(천연두), 엠폭스바이러스(원숭이두창) 등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럼피스킨 사태를 ‘폭스 바이러스의 경고’라고 정의했다. 폭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나들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경계도 넘나들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이라고 엔데믹을 선언한 인류, 그러나 우린 계속해서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