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천정부지 김장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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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천정부지 김장물가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11.07(화) 13:41
최권범 부장
11월 8일은 24절기 중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다. 예로부터 입동이 지나면 아주 중요한 월동 준비 행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김장’이다. 김장은 가족과 친지, 이웃 간에 서로 돕고 나누는 일종의 품앗이 행사로,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요즘 들어선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화, 서구화된 식단, 외식 증가 등으로 인해 김치 소비가 줄면서 김장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김장은 중차대한 연례 행사중 하나다.

그런데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을 준비하는 가정의 움직임이 바빠져야 할 시기이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김장물가 탓이다. 배추 가격은 물론 소금과 고춧가루 등 각종 부재료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주부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비용 부담에 김장 담그기를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도 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 대상 김장 의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비율은 63.3%로 지난해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김장 규모도 지난해 21.8포기보다 줄어든 19.9포기로 조사돼 올해 전반적인 김장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을배추와 무 재배면적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다 이상기후 피해 등으로 김장재료 가격이 급등했다. 배추 가격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나 치솟았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내놨다. 배추와 소금 등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김장재료 공급을 확대하고, 전년보다 두 배 규모의 할인 지원에 나선다는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비상 대책만으로 김장물가 부담을 얼마나 덜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어느 때보다 실감날 정도로 각종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이미 커질 대로 커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팍팍해져만 가는 살림살이 탓에 우리네 소중한 자산인 김장문화마저 퇴색해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