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부국장 |
이솝우화는 인간의 심리를 동물의 행동에 투영한 우화집이다. 이 이야기 역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안분지족, 안빈낙도의 삶이 녹아있다. ‘도시의 화려함과 물질적인 풍요보다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삶이 낫다’, ‘반드시 부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너무 커 여유로운 삶이 낫다는 설득력마저 잃게하는 것 같다. 도시(수도권)는 빠르게 팽창하며 거대화하고 있는데 반해, 시골(비수도권)은 붕괴 수준으로 쇠퇴하고 있다. 서울은 ‘블랙홀’처럼 비수도권의 인적·물적 자원을 빨아들였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팀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유입 등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15~34세)이었다. 청년층의 인구 이동은 수도권 집중을 더 심화시켰다. 인구의 절반 이상(50.6%)이 국토에서 불과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다. 수도권 비중(2020년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가운데 1위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메가시티 서울)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은 지금도 지방의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말이다. 당내에서 조차 ‘서울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스의 노예였던 이솝이 이런 미래를 예측했다면, 시골 쥐 이야기의 엔딩은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까. ‘시골 쥐는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도시에 조그만 ‘쥐구멍’을 마련해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