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최형우의 도광양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최형우의 도광양회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11.12(일) 18:20
최동환 부장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이 있다. 도광양회는 삼국지의 ‘도회지계(어둠 속에 계획을 감춘다)’에서 유래됐다. 유비가 여포에게 패한 후 거지 신세로 쫓겨다니다가 조조에게 의탁하게 될 당시, 조조는 유비의 야망을 떠보고자 했고 이에 유비가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게 된다. 그 덕분에 유비를 겁쟁이로 여기게 된 조조는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유비는 이러한 고비와 굴욕을 잘 참아 넘겨 결국 훗날 중원의 패권을 두고 조조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었다.

도광양회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부터 중국이 취한 대외정책 때문이다. 도광양회는 1990년대 덩샤오핑 시기 중국의 외교방침을 지칭한다. 덩샤오핑은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취하면서 도광양회를 기미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대외정책의 뼈대로 삼았다. 이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길 때까지는 침묵을 지키면서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전술적으로도 협력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도광양회는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원칙이 될 수 있다. 과시하지 않고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며 기회를 기다린는 것은 인생의 많은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도광양회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 한 국내 프로야구 선수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리빙 레전드’ KIA타이거즈 베테랑 최형우다. 그의 야구 인생 스토리가 지난 9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에 게재됐다. MLB.com은 ‘한 때는 KBO리그 팀에서 방출됐지만, 이제는 기록을 깨는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로 최형우를 주목했다.

이 기사에서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 뒤 경찰야구단 복무 기간을 거쳐 2008년 중고 신인왕에 오른 최형우의 스토리를 다뤘다. 당시 최형우는 방출 뒤 자신의 개인 SNS에 글을 올렸다.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나를 배신한 모든 것에 대한 복수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다. 나는 이곳을 파괴하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복수하겠다’라는 글을 올린 에피소드였다.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더 밝은 날이 올 거다”고 말한 최형우의 강한 정신력을 되새기면서 힘든 일상생활을 버텨보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