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13-2> 재학생 상위권 ‘물수능’ 중위권 ‘N수생’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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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13-2> 재학생 상위권 ‘물수능’ 중위권 ‘N수생’ 걱정
10월 학평… 국어·영어 변별력 없어
쉬운 수능 우려에 분위기도 어수선
정시 올인→ 수시로 전략 바꾸기도
역대급 N수생에 재학생들 불안감
  • 입력 : 2023. 11.12(일) 18:42
  • 강주비 기자·정상아 인턴기자
조선대부속고교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0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복도에 나와 졸음과 싸우며 자습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 배제’를 공표하면서 지역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물수능’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발표의 여파로 역대급 규모의 N수생이 예고되면서 ‘현역’들의 경우 입시 전략을 바꾸는 등 분주히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들은 지난 10월 학력평가 당시 일부 과목이 쉽게 출제됨에 따라 수능 역시 변별력을 갖추지 못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크다.

광주 남구 송원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여경(18)양은 “10월 학력평가 당시 국어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반 친구들끼리 ‘너무 쉽게 나온 것 같다’고 웅성거렸다”며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대체로 쉽게 나온 편이라 시험이 끝나자마자 반에서 수능 걱정하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렸다”고 말했다.

김양은 “다들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며 “이번 수능이 변별력이 없을까 봐 부모님들도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북구 국제고등학교 재학생 이준하(18)군도 “(10월 학력평가에서는) 국어 과목 비문학에서 다른 때와 달리 추론형 문제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모두 ‘변별력 없이 쉽게 나왔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래도 선생님께서 ‘문제가 어떻든 결국 노력한 만큼 성적은 나오기 때문에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입시학원가에서도 수능에 킬러문항 문제 출제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치러진 10월 학력평가는 매우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국어·영어 과목이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평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수가 지난해보다 3000여명 이상 줄어들었음에도 재수 등 N수생 비중은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수능 응시자 3명 중 1명이 N수생이라는 것이다. ‘현역’들은 상대적으로 상위 등급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 중이다.

김양은 “정시는 그냥 재수생·N수생이 수능 보는 거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다. 반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면 차라리 N수생 전형을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현역은 정시로 가기에 너무 힘들다는 걸 아는데 정시에만 모든 확률을 걸기에는 확신이 안 선다. 선생님도 지금 정시는 힘드니까 되도록 수시 쪽으로 지원을 해보라고 권유하시는 편이다”고 토로했다.

이군은 “아무래도 한 번 이상의 경험을 했고, 잘하는 사람이 많은 N수생들이기에 조금 더 유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질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들 이번 수능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이와(N수생 비율) 관계없이 그저 준비한 만큼만 나와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물수능’ 우려와 ‘역대 최다 N수생’이라는 악조건에 뒤늦게 입시 전략을 바꾸는 움직임도 있다. 정시에 사활을 걸던 수험생들도 수시를 지원하거나,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이들은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곳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김양은 “수능이 쉽게 나올까 봐 걱정돼 정시만 준비한다던 친구들도 혹시 몰라 수시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수시만 준비한다던 친구들은 수능 최저가 없는 전형으로 많이 지원했다”며 “수능으로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지자 전반적으로 수시를 지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고3’만큼이나 초조한 마음이다.

학부모 김영애(48)씨는 “‘킬러문항 배제’ 등이 발표됐을 땐 아들이 ‘그동안 준비하던 게 다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다시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면서도 “자녀가 수능을 치르는 것은 처음인데, 첫 수능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점이 속상하다. 지금은 아들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길 응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6월 사교육 경감대책을 통해 “적절한 변별력을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주비 기자·정상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