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가지 비색' 통해 독일 '마이센' 명품도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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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1000가지 비색' 통해 독일 '마이센' 명품도자 우뚝
유럽 최초의 백자 '마이센 제작소'를 가다
전공정 '수작업'… 초명품화 발돋움
총 7000개의 '형태 아카이브' 눈길
지역인재 95%… 관광효과도 높아
  • 입력 : 2023. 11.16(목) 17:48
  •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
독일 작센주에 위치한 도자기업 ‘마이센’에서 도자 형태틀을 보관하는 장소인 ‘폼 아카이브’실. 이곳은 300년간의 마이센이 제작한 도자들의 원형 형태틀이 보관된 역사적인 장소다.
오랫동안 동양의 자기는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품목이었다. 우아하고 단아한 멋의 청화백자를 만들기 위한 유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색자기를 만들기 위한 고령토와 도자를 구울 수 있는 고온의 가마기술이 부족했다. 그러나 17세기 독일 작센주 마이센에서 유럽 최초의 백색자기가 성공적으로 제작된다.

유럽 최초의 도자기 공장은 독일을 넘어,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초명품 ‘마이센’으로 자리를 잡는다. 300년 전 동양의 도자 기술을 넘보던 마이센은 이젠 글로벌 기업 ‘마이센’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마을 그 자체가 됐다.

도자 주문부터 최종 수령까지 기본 6개월까지 걸리는 ‘전 공정 수작업 시스템’은 21세기인 현재까지 마이센이 고수하는 기본 철칙이다.

마이센 도자 제작은 카올린(백색의 고령토)을 세척하는 공정부터 시작된다. 거대한 욕조에 카올린을 넣고 물을 채우면 아주 맑고 깨끗한 상태의 카올린만을 추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백색 초 순도의 깨끗한 카올린을 얻으면 도자 제작이 시작된다. 마이센이 자체 제작한 형태틀에 용액을 붓고, 일정시간이 지난 뒤 형태틀을 제거하면 도자 형태가 완성된다. 형태틀에 모형을 굳히는 시간은 크기, 모형 등에 따라 모두 다르다. 형태틀을 잡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물레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물레를 돌리는 전통적인 방식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활용되며, 숙련된 전문 공예사가 발로 물레를 직접 굴리면서 도자의 틀을 완성한다. 모형을 잡은 도자는 소성과정을 거치고 최종 도자로 완성된다.

마이센에는 400여 명의 생산라인 근무자가 있다. 이들 중 약 20명이 채색을 담당하는 인원이다. 그만큼 채색은 마이센의 가장 핵심기술이 집약된 공정이다. 마이센 도자는 백색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채색을 통해 완성된다. 채색공예사들은 철가루와 오일을 섞어 만든 색 원료를 도자에 칠한다. 색 연구소가 별도로 존재할 정도로 마이센은 ‘색’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마이센 제작소의 자넷 헨첼 마케팅 담당관도 “도자 제작과 관련된 부분은 모두 공개할 수 있지만 마이센 연구소가 개발한 총 1000가지의 색은 절대 기밀이어서 공개할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마이센 도자 공방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각종 형태틀을 보관하는 ‘폼 아카이브’ 실이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 마이센 도자를 제작하는 데 사용됐던 ‘형태틀’을 보관한 역사적인 장소다. 1800년대에 만들었던 형태부터 현대에 만들어진 형태틀이 7000개 가량 정성스럽게 보관돼 있다. 300년 전에 만들어졌던 형태틀도 언제든지 다시 꺼내어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관상태가 훌륭하다. 최적의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형태틀에 모두 고유번호를 매기고 데이터로 저장해 뒀기 때문에 언제든지 필요한 형태틀을 빼내어 도자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틀을 보관하기도 하고, 또 과거의 형태틀을 재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도자를 제작할 수 있는 마이센의 과거와 미래가 농축된 가장 중요한 장소다.

지금은 초명품 기업으로 성장한 마이센은 지역과의 상생 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마을에서 180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한 뒤로, 제작소, 박물관, 연구소 등을 모두 마을에 위치시켰다. 사업이 계속 확장될수록 마이센 마을의 관광효과와 지역경제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전이었던 2019년까지 마이센 박물관을 찾은 관광객은 한 해 17만명이었다. 특히 인근 큰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마이센의 출퇴근 인원까지 포함하면 마이센 노동자 95%가 해당지역 인구다. 마이센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의 큰 자부심으로, 대대로 이어지는 작업자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이센의 닥터 틸만 블라쉬케 최고경영자는 “도자 명품화가 마이센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작업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며 “인근 대형 도시인 드레스덴과 마이센은 거리상 가깝고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드레스덴에 있는 수 많은 청년들이 마이센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자 기업 ‘마이센’은 초순도의 카올린을 추출하기 위해 1800년대에 제작된 욕조를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다.
도자 기업 ‘마이센’은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마이센 기업의 공예사가 도자의 형태를 다듬고 있다.
도자 기업 ‘마이센’은 동양사상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하고 있다.
도자 기업 ‘마이센’의 정체성을 담은 로고의 변천사.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