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부국장 |
빈대의 납작한 모양에서 유래된 말도 많다. ‘빈대코’, ‘빈대 밤’ 같은 표현은 납작한 모양을 떠올린다. ‘빈대떡’의 어원도 얇고 납작한 모양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지나치게 염치가 없는 사람을 나무라는 ‘빈대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은 5㎜안팎의 아주 작고 납작한 빈대의 모습을 반어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빈대는 조선 ‘성종실록’에 등장한다. 기록에 나오는 것은 유구국(현 일본 오키나와)의 빈대다. 한자로는 냄새나는 곤충이라는 뜻에서 ‘취충’이라고 적었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벽의 틈새에 산다고 해서 ‘벽충’ 또는 ‘벽슬’이라고도 불렀다. 은폐처는 침대 이음새를 최적으로 삼는다. 영문 ‘침대 곤충(bed bug)’란 이름도 그래서 생겼다.
‘빈대’하면 피가 떠올라 섬뜩함이 동반된다. 빈대는 수액을 먹지 않는다. 같은 흡혈 생물인 벼룩, 모기, 거머리와 다른 점이다. 때문에 피를 빨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이를 빗댄 속어도 생겨났다. 국어대사전에 명시돼 있는 갈보다. 갈보는 ‘몸파는 유녀’를 이르는 속된 말인데 피를 빠는 빈대에서 유래됐다. 노린내를 풍기는 것에서 생긴 ‘빈대 씹은 얼굴’이란 표현도 있다.
빈대는 박멸하기 어려운 해충이다. 서양에서는 빈대가 발생하면 재난으로 간주한다. 전염병을 옮기진 않지만, 한번 물리면 가려움은 물론이고 후유증도 심각하다. 옛 절터 이야기에는 대부분 빈대가 빠지지 않는다. 빈대가 수행자를 성가시게 해 어쩔 수 없이 절을 태우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설이다. 최근 목포 등 전국적으로 빈대 출몰이 잇따르며 방역당국을 긴장케 하고있다. 빈대는 기온이 높아지면 더 많아진다. 가난과 궁핍의 상징이었던 빈대가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극성을 부리는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기후위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빈대의 역습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