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예술가 백남준의 환생 ‘사랑은 1만마일’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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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괴짜 예술가 백남준의 환생 ‘사랑은 1만마일’ 특별전
3월말까지 G.MAP서 특별전
명상·열정·희망 등 3개 섹션
비디오·드로잉·아카이빙 선봬
최초공개 ‘안심낙관’ 등 눈길
  • 입력 : 2023. 12.03(일) 13:3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국내외 문화예술기관에서 최초 선보이는 백남준의 작품 ‘안심낙관’을 내년 3월 31일까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의 특별전시 ‘백남준;사랑은 10,000마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제공
백남준의 영혼이 깃들어 괴짜다운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백남준이 현시대에 여전히 살아 있다면 지금의 기술로 이런 작품을 제작했을까.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특별전시 ‘백남준 ; 사랑은 10,000마일’의 마스코트로 온 전시장을 바이올린을 끌며 돌아다니고 있는 서빙로봇을 보며 든 생각이다. 요즘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빙로봇에 끈으로 바이올린을 단 것인데 젊은시절 바이올린에 끈을 달아 길거리에 끌고 다니며 행위예술을 펼친 백남준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백남준을 연상케 하는 이 귀여운 작품을 내년 3월31일까지 이어지는 G.MAP의 미디어아트 특별전시 ‘백남준;사랑은 10,000마일’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G.MAP 1, 2, 3관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전시로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드로잉,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국내외 문화예술기관에서 최초 선보이는 비디오 설치작품 ‘안심 낙관’을 중심으로 예술의 치유적 힘과 가치를 조명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개인 소장가(김수경 우리들그룹 회장·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에 의한 특별전시로 백남준 미디어아트의 미술사적 의의 및 대중적 향수의 가치평가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백남준(1932∼2006)은 동양과 서양, 음악과 시각예술, 새로운 과학 기술과 전통문화 등의 상이한 개념들과 매체를 한 데 융합함으로써, 현대예술의 표현 범위를 무한히 넓힌 선각자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없던 예술’에 일생을 바친 백남준의 삶과 마주한다. ‘백남준, 사랑은 10,000마일’은 1990년 ‘네온 TV’ 시리즈 중 한 작품의 제목을 빌려오며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전세계, 우주와 소통을 추구하던 그의 거시적인 비전과 공명한다.

이번 특별전시는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라는 제한적인 틀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 백남준을 맞닥뜨리는 것, 그가 구상하고 실현했던 인간, 기계, 자연의 공존을 기반으로 한 기술 매체 시대 속 인간성에 대해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시는 1전시실 ‘Green: Meditation(그린:명상)’, 2전시실 ‘Red: Passion(레드:열정)’, 3전시실 ‘Blue: Hope(블루:희망)’등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3개 전시실은 2000년에 제작된 백남준의 말기 작품 ‘삼원소’에서 보여준 ‘포스트 비디오’의 사상과 궤를 함께 한다. 비선형적인 레이저 빛으로 이뤄진 ‘삼원소’는 물, 불, 흙 이미지를 각각 삼각형, 원형, 사각형으로 상징화한 것으로 파랑, 빨강, 초록의 삼원색으로 표현됐다. 미디어를 통해 탈경계와 소통을 추구한 백남준 예술세계가 잘 드러난 걸작이다.

‘Green: Meditation’은 동양과 서양, 과학 기술과 전통적 요소와 같은 상이한 개념들이 매체와 맞닿은 세계를 선보이며, ‘Red: Passion’은 플럭서스 시기를 비롯한 백남준의 아카이브를 통해 그를 기억하고 실험정신을 반추한다. ‘Blue: Hope’는 백남준이 21세기를 자연과 인류가 전자 매체를 매개로 공생하는 시대로 예견한 것에 착안해 ‘디지털 휴머니즘’을 거론한다.

3전시실 비디오 작품 ‘안심낙관’이 눈길을 끈다. 국내외 문화예술기관에서 최초 선보이는 작품으로 ‘안심낙관’ 글씨 모양대로 연결된 각각의 비디오 화면에는 독특한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재생되고 있다. 이는 기술매체를 통해 인간의 마음에 닿고자 했던 백남준의 치유적 기능을 담고 있다. 백남준은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에 대한 치유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그 해답을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주체성 즉, 인간적 본질에서 찾았다.

이경호 G.MAP 센터장은 “백남준 선생은 비빔밥 아트, 멀티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 철학가, 음악가, 예술가, 시인, 무속인, 엔지니어, 사상가, 경제인, 예언가 등을 합친 통섭적 미래 인간이었다. 이번 전시는 컬렉터 특별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