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일광장·이기언>하이테크(High Tech)와 하이터치(High Touch)가 공존하는 빅블러(Big Blur)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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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전일광장·이기언>하이테크(High Tech)와 하이터치(High Touch)가 공존하는 빅블러(Big Blur) 시대
이기언 광주광역시교육연구정보원 연구원·교육학박사
  • 입력 : 2023. 12.05(화) 15:19
이기언 연구원
2023년 대한민국 트렌드 중 하나는 ‘선제적 기술 대응’이다. 소비자가 필요를 느끼기 전에 해결방안을 제공해 불편을 해소하는 기술인데, 여기에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교육에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에듀테크도 이러한 기술이 우리의 삶에 더욱 가깝고 편리하게 밀착되기 위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분야이다.

최근 개최된 ‘2023 글로벌 인재 포럼’에서 특별 대담을 맡은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아가르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는 앞으로의 교육 방향은 Big Blur(빅블러) 시대에 맞추어 양자택일이 아닌 서로 다른 생각을 엮어내는 ‘and thinking(앤드 싱킹)’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and thinking(앤드 싱킹)은 동시에 생각하는 역량으로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두가지를 함께 고려하여 아이디어를 재구성하고 통합해내는 능력이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 사이의 벽, 학교와 직장의 벽이 사라지고 있으므로 직장 내에서 평생학습을 기반으로 개인이 가진 기술이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업스킬(Upskill)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리스킬(Reskill) 등 학습이 일상화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일리노이대학교 박윤수 교수는 학습의 과정에서 인공지능(AI) 툴 등 다양한 기기가 추가되면 학생의 사고력은 일정 수준의 변화가 생긴다고 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변화의 폭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교사의 피드백 등 상호작용이라는 결과이다. 학습활동에서 학생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은 에듀테크의 본질적 목적이다. 이에 교사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수집된 학생들의 학습활동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본 역량으로 갖추어야 한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를 읽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자료 해독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학습 활동이 기록된 자료를 기반으로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 재구성뿐만 아니라 맞춤형 피드백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고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도입, 초·중등 정보 교육 확대 등 다양한 디지털 교육 정책을 추진하여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에듀테크로 대표되는 교육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통해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부의 계획은 인프라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보급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하였고, 앞으로도 수년간 조 단위 금액이 투자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 여건인 무선 인터넷 환경 구축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디지털 기기 보급 예산의 10%정도만이 교실 무선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되었고, 이는 교실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1Gbps 이상인 곳의 비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급된 기기를 관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부족하다. 아직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에 담을 콘텐츠 역시 기기의 보급률에 비해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이 마련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공교육에서 미래에 살아갈 인재 양성을 하기 위함이다. 결국은 인간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장하는데 교육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하이테크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술적인 변화를 체득하기 위해 계속 진화하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온 긴 시대를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는 인간의 인성과 가치관에 관한 문제이다. 그리고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대로 가까이 갈수록 의사소통 능력, 공감 능력,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능력 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