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출고가 인하… 식당·소매점 반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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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소주 출고가 인하… 식당·소매점 반영 '촉각'
정부 기준판매비율 도입 세금 인하
보해·하이트진로 등 출고가 내려
주점·가정용 등 판매가 적용 기대
서민체감 실질 인하방안 목소리도
  • 입력 : 2023. 12.28(목) 17:36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주류 세금 과세표준이 작아지면서 국내 주류제조업체들이 자사 소주제품 출고가를 인하했다.
“고철을 팔면 ㎏당 1000원 정도를 받는데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소주 한 병 가격이 1600원을 넘다보니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냅니다. 이번에 꼭 소주 가격이 내렸으면 합니다.”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내년 1월1일부터 국산 주류에 붙는 세금이 낮아지면서 주류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소주 출고가를 인하한 가운데 동네 슈퍼나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가정용 소주제품 가격을 내려 고령층과 저소득 가구 등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줄지 관심이 높다.

28일 주류 제조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보해양조 등 주요 주류업체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소주제품 출고가를 인하했다. 하이트진로는 주요 제품인 ‘참이슬후레쉬’와 ‘진로’ 원가를 각각 10.6% 내렸으며 롯데칠성도 자사 소주제품인 ‘처음처럼’, ‘새로’ 출고 가격을 각각 4.5%, 2.7% 내렸다.

광주·전남지역 주류 제조업체인 보해양조도 지난 22일부터 ‘잎새주’ 출고가를 기존 1246.7원에서 10.6%(132.6원) 낮췄다. ‘보해소주’는 기존 출고가 1199원에서 1071.48원으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소주제품 가격도 지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주류 제조업체들의 소주 출고 가격 인하분을 판매원가로 받아들였으며 소비자 판매가는 추후 반영할 예정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소주 판매가 인하 시점과 인하율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재 광주지역 소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줏값은 1600원~2000원 선으로, 주류 물가 상승분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고령층과 저소득 가구들이 가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소주 출고가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에도 적용된다면 서민들의 부담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 동구의 한 경로당 부녀회장인 김모(78)씨는 “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은 100원~200원도 비싸다고 생각하신다. 이것저것 다 오르니 어르신들의 적적함을 달래줄 소줏값이라도 낮아져야 한다”며 “어르신들이 가계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대부분 연금이나 자식들 용돈 받아 생활하시는데 소줏값 내린다는 소식에 기대를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고철과 종이 박스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는 기모(80)씨는 “요즘 소줏값이 너무 비싸다. 하루 종일 고철이나 종이박스를 찾아 돌아다녀도 1600원 소줏값을 못 번다”며 “우리 같은 사람에게 100원은 종이 박스1㎏ 가격이라 요즘은 겁이나 병 소주를 사 먹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소줏값이 낮아지면 한숨 좀 돌릴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소주업계 출고가 인하 조치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소주제품 출고가가 대부분 오른 상황이어서 기존 상승분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때문에 서민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실질적인 인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지난달 올린 소줏값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면서 “이번 주류 제조업체 인하율이 딱 지난달 인상률과 비슷해 아마 기존 가격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