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프로 뮤지션 꿈꾸는 아마추어들의 열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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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프로 뮤지션 꿈꾸는 아마추어들의 열린 공간
운암동 라이브 카페 ‘블루버드’
아마추어 통기타 뮤지션 모여
동호회·단골손님 주최 공연도
  • 입력 : 2024. 01.08(월) 17:52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북구 운암동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블루버드’에서 손님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서른 즈음에,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광화문연가, 비오는거리, 내사랑 내곁에….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북구 운암동 좁은 길목 한 호프집. 늦은 밤 기타 선율이 흘러나온다. 기타 연주하는 가수가 조금 특별하다. 손님들이 저마다 가게 한켠에 마련된 무대에 번갈아 서며 멋진 한 곡을 뽑아낸다. 테이블에선 그 시절 노래와 추억에 잠겨 술 한잔 기울이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리듬에 맞춰 손 박자를 두드리거나 직접 가져온 기타를 튕기며 반주를 얹는다.

매일 작은 기타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 카페 ‘블루버드’다. 이곳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프로 뮤지션을 꿈꾸며 노래하고 연주하는 공간이다.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통기타 공간.’ 블루버드만의 모토다. 정석의 기타 꾼들이 광주 대표 통기타 거리의 남구 사직동으로 모인다면, 이곳 운암동에 있는 블루버드엔 연주 실력과 상관없이 기타를 사랑하는 우리네 동네 사람들이 모인다. 그 시절 노래들이 어느 메뉴보다 맛있는 술안주가 된다. 반주기 없이 아날로그 기타 선율만으로 읊는 가락이 그 시절 감성을 더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단골 손님은 “누군가 기타 공연을 펼칠 때 자연스럽게 연주를 더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만의 감성인 것 같아 자주 방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블루버드 주인장인 정호중 씨는 “프로가 아니어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기타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버드 주인장 정호중 씨.
손님들의 무대에 이어 펼쳐지는 주인장의 무대 또한 술을 부른다. 주인장 정 씨는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 광주에 내려와 지난 2012년 블루버드 문을 열었다. 87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자연스럽게 기타를 배웠다. 졸업 이후에도 동호회 활동, 직장인 무대 등에 서면서 거리의 뮤지션 생활을 이어왔다. 자신만의 무대가 생긴 지금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동아리 방에 늘 기타가 있었어요. 1980년대가 기타 문화 세대잖아요. 지금처럼 곡이 어렵지도 않았고 코드 3개면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뚝딱 나오니 기타를 많이 쳤죠.”

정 씨는 블루버드를 개업하면서 기타 동호회 ‘통기타 나무’를 만들고 블루버드 아래 지하 1층에 회원들 연습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블루버드 단골들은 단골대로 소모임을 만들고 동호회 회원들은 회원들대로 모여 팀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블루버드가 위치한 운암동 좁은 길목은 자연스럽게 ‘통기타 거리’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기적으로 단골손님들이 출연하는 ‘단골음악회’나 매년 정기공연 ‘10월 마지막 날’을 열었다. 정 씨는 “올해부터 가게에서 진행하는 기타 수업이나 공연 시리즈도 힘 닿는대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카페 블루버드는 광주광역시 북구 북문대로42번길 35에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