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모시 천 위에 새긴 비상하는 '한국의 여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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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모시 천 위에 새긴 비상하는 '한국의 여성상'
광주 활동 김진희 작가 초대전
31일부터 서울 G&J 전시관서
쪽진 머리·단아한 드레스 자태
특유의 모시회화 최신작 36점
  • 입력 : 2024. 01.28(일) 17:1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김진희 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 - No.396.
참을 수 없는 여성의 비상(飛翔).

‘여성상’이라는 주제로 광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중견작가 김진희가 서울에서 초대전을 연다. 김진희 개인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Ⅱ’가 오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인사아트센터 3층 G&J 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품을 비롯해 지난해 완성한 모시회화 최신작 36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가 지난 2020년부터 전시 제목과 작품 명제로 선보인 문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차용한 것. 이 소설은 1968년 체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방황하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들 주인공은 개인에게 무게를 더하는 국가와 시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가벼움으로 향한다.

김 작가는 “젊은 시절 읽었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의미를 최근에서야 맘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전시 제목과 작품 명제로 차용하게 됐다”며 “진중한 삶을 살되, 순간을 참을 수 없이 즐기는 것, 앞으로 남은 그림 작업에서 이 지향점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설 속 사랑의 덫에 빠진 네 주인공 가운데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사비나라는 여성 캐릭터는 김진희 작가가 그린 역동적으로 날아오르는 여인과 닿아있다. 여인은 작가의 페르소나다. 화폭 속 한국적 미색을 갖춘 여인은 어깨를 드러낸 단색의 드레스를 입고 가볍게 흩날리는 듯한 자태를 뽐낸다.

여인의 장식품으로 그려진 족두리와 비녀, 꽃신, 배경으로 그려진 산수화와 달항아리, 자개장 등은 감상의 우아함을 더한다. 이번 그림에서 등장하는 여성은 화려한 전통적 무늬의 족두리, 비녀, 꽃신을 통해 머리를 틀어 올리고 있는데, 이는 무르익을 대로 성숙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동안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의 머리카락을 그려온 작가의 예술적 감성이 한 발짝 더 성장한 셈이다.

김진희 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 - No.397.
성긴 모시 위를 캔버스 삼아 그린 특유의 한국적 회화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모시라는 전통 천에 한땀 한땀 덧댄 오일 붓질은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선 한국전, 서양적 재료와 기법을 동시에 구사한다. 거친 모시의 촉감 위 명암을 지운 풍경 묘사로 화폭은 2차원의 평면 세계가 완성된다.

김 작가는 “동서양의 재료적 만남을 통해 나만의 유토피아를 담아내고 싶었다”며 “모시회화 작업을 발전시켜 그림을 3D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도 올해 시도해보고자 한다. 화폭 속 여인이 입고 있는 모시 드레스를 진짜 옷으로 꺼내와 그림과 함께 선보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G&J 전시관은 광주시립미술관이 광주·전남 지역작가들의 중앙무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시분관이다. 전시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다.

김 작가는 전남대학교 예술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지냈으며 예원예술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광주, 서울, 홍콩, 파리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